정부, 경제위기 극복 위해 조기 착공 속도전 외치더니… 수천억대 公共공사 줄줄이 지연 

 

정부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조기 착공 방침을 외치고 있지만, 실제론 수천억원대 대형 공공공사들이 줄줄이 발주 연기 조짐을 보이고 있어 건설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한국수자원공사의 ‘대산임해담수화 사업’ 발주가 기재부 총사업비 협의 허들을 넘지 못하고 지연되고 있다. 업계에선 늦어도 이달 발주를 예상하고 있지만, 일각에선 연말, 나아가 내년 초로 발주가 지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사업은 2300억원을 투입해 충남 서산시 대산임해산업지역에 공업용수를 공급하고자 추진 중인 대형공사다. 특히 대산임해산업지역은 내년 대규모 공장 신설ㆍ증축 계획이 있어 오는 2030년엔 1일 8만8005t의 용수가 부족할 전망이다. 이에 10만t 용량의 해수담수화 시설을 설치가 시급하다.

그럼에도, 저조한 사업비ㆍ운영기관과 시공사 간 협약 등의 문제 탓에 지난해 착공됐어야 할 이 사업은 유찰 사태를 빚은 데 이어, 입찰 공고도 지연되면서 1년 이상 착공이 늦어지고 있다.

수자원공사에서도 이러한 상황을 살펴 사업부지와 관련한 토지보상계획이나 관련한 인허가에 속도를 내는 등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총 사업비 문턱을 넘지 못한 상황이다.

대산임해담수화 사업만 기재부 총 사업비 문턱을 넘지 못한 게 아니다.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예비타당성조사 면제)이자 총 사업비 3조1000억원에 달하는 ‘평택~오송 복복선화 사업’도 기재부와 국토부 간 총 사업비 협의가 지연되면서 애초 8월 목표로 했던 기본계획 고시를 지금까지 못하고 있다.

이에 올해 11월 기대했던 발주도 사실상 내년 초로 미뤄졌다. 기본계획 고시가 돼야 국가철도공단에서 고시를 바탕으로 입찰 공고를 낼 수 있는데, 대형공사 입찰방법 심의, 입찰안내서 작성, 계약서 심의 등 각종 행정절차에 필요한 기간이 최소 3개월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고려하면 기획재정부가 대규모 토목형 사업에 대한 연내 발주의지를 가졌는지 시장에선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게다가 정부는 이번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무려 4차례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는데, 그때마다 예산 삭감 대상으로 SOC가 주타깃이 돼 예산 추가 확보의 희생양이 됐다.

실제 긴급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2차 추경을 마련하는 상황에서 SOC 예산은 5804억원이 삭감됐다. SOC 예산 구조조정으로 마련한 5804억원 중 5500억원이 철도 예산이다. 단선 비전철에서 전철화 사업으로 변경된 ‘보성∼임성리’, ‘포항∼삼척’ 철도공사 2건에서 3200억원의 예산이 삭감됐다. 나머지 2300억원은 서해선 복선전철 사업 예산이었다. 여기에 국방 예산 중 군 이반지원시설 공사비도 967억원 삭감됐고, 환경관련 예산은 스마트 지방상수도 지원 1000억원, 하수처리장 등 수질개선시설(1055억원) 예산이 삭감된 것을 고려하면 건설 유관 예산만 약 9000억원이 삭감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예산 정국에서 총 사업비 관리 업무가 중요도 면에서 뒷전으로 밀린 모습”이라며 “발주가 시급한 SOC 사업까지 줄줄이 지연되고 있어 답답할 노릇”이라고 말했다.

한편, 수자원공사로선 대산임해담수화 사업까지 내년으로 지연되면 올해 계획했던 기술형입찰 대형공사 중 제대로 발주된 공사는 부산 에코델타시티 3단계 제3공구 조성공사(2050억원) 단 1건에 그칠 전망이다. 남강댐 치수능력증대사업(3272억원)도 코로나19로 인한 주민협의 지연으로 발주 시기가 내년으로 연기됐기 때문이다.

 

임성엽기자 starleaf@

〈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2020.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