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민자 활용 속도전 외치지만

그린 스마트 스쿨·내진보강 BTL

사업 번들링에 국회문턱 넘어야

수소충전소 BTO도 민원에 발목

업계 "리스크 해소 등 장치 필요"

 

정부가 연일 띄우고 있는 한국판 뉴딜에 민간투자방식을 적극 활용하기로 한 가운데 민자방식의 한국판 뉴딜은 그야말로 ‘산넘어 산’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그린 스마트 스쿨, 내진보강 등 BTL(임대형 민자사업) 방식은 사업 규모가 작은 만큼 여러 사업을 한 데 묶는 번들링이 필요한 데다, BTL 방식의 구조상 국회의 문턱을 넘어야 하는 게 최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수소충전소 등 BTO(수익형 민자사업)는 수소차 보급 속도와 수소충전소에 대한 반대 여론이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6일 관계기관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한국판 뉴딜의 세부 사업 중 그린 스마트 스쿨과 내진보강, LED 조명 교체, 수소충전소 확충 등에 민자방식을 활용할 예정이다.

이 중 그린 스마트 스쿨, 내진보강, LED 조명 교체에는 BTL 방식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린 스마트 스쿨은 지은지 45년이 지난 노후 학교시설 709동을 대상으로 1개동당 61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그린 스마트 스쿨로 리모델링하는 사업으로, 총사업비는 4조3000억원 규모다.

총 7조8000억원 규모의 내진보강은 아직까지 내진보강이 이뤄지지 않은 공공건축물 2만9000곳에 1곳당 3억원에 가까운 사업비를 들여 내진보강 작업을 벌이는 내용이다.

LED 조명 교체는 도로 가로등과 청사 실내등을 LED 조명으로 교체하는 데 각각 900억원과 370억원의 민자를 투입하게 된다.

이들 사업에 BTL 방식을 적용해 민자시장에 선보이기 위해선 적지 않은 절차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그린 스마트 스쿨, 내진보강, LED 조명 교체의 각 현장은 규모가 그리 크지 않다.

이렇다보니 BTL 방식을 활용하려면 학교 신축 BTL과 같이 여러 사업을 1개 사업으로 추진하는 번들링이 필요하다.

또한, 재정당국이 내년 예산안을 국회에 내면서 함께 제출하는 BTL 한도액에도 담아 국회 승인을 거쳐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번들링과 BTL 한도액 작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지 않으면 내년에는 BTL 방식의 한국판 뉴딜이 가시화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따라 BTL 방식의 경우 BTL 민간제안이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고개를 들고 있다.

민간제안사업은 정부고시사업보다 빠른 속도로 추진할 수 있는 만큼 정부고시사업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게 시장의 공통된 시각이다.

수소충전소 BTO는 수소차 보급과 수소충전소의 위험성을 이유로 반대하는 여론이 장애물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BTO 방식의 수소충전소가 수익성을 갖추기 위해선 수소차 보급 확대에 따른 수요가 전제조건이지만 수소차의 공급과 가격 등을 감안할 때 불확실성이 작지 않다.

특히, 수소충전소의 경우 전국 곳곳에서 폭발 가능성 등을 우려해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 서울, 경기 화성·김포, 강원 원주 등에서는 지난해 발생한 강릉 수소저장탱크 사고와 노르웨이 수소충전소 사고 등으로 인해 부지 선정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부족한 재정을 대신해 한국판 뉴딜 사업 재원을 민자시장에서 끌어들이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BTL은 BTL대로, BTO는 BTO대로 문제가 많아 제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간사업자의 수익성을 확보하고, 리스크를 헤지하는 등 다양한 장치들을 마련하지 않으면 사업 추진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경남기자 knp@

〈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2020.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