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옥죄는 낡은 규제들에 갇혀…‘기업가 정신’은 갈수록 메말라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 개척해 갈

과감한 변화와 혁신의 길 열어줘야

 

[e대한경제=김민주 기자] 코로나19 장기화와 미ㆍ중 무역분쟁, 정부의 반기업·반시장 규제 등 잇단 악재로 우리 기업들이 시계제로의 위기에 봉착했다. 전문가들은 사상 초유의 복합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옛 창업주들의 사업보국(事業報國)에 바탕을 둔 ‘기업가 정신’에서 길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코로나19 장기화와 미ㆍ중 무역분쟁, 정부의 반기업·규제정책 등 복합 악재로 우리 기업들의 어려움이 날로 가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강의기적’을 일군 창업주들의 ‘기업가정신’에서 길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사진은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에서 해질 무렵에 내려다본 강남 테헤란로 일대 야경.  안윤수기자ays77@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나라가 없으면 삼성도 필요 없다”, “그게 되겠어?”라는 조소에 정주영 회장이 맞받아친 “이봐, 해봤어?”라는 어록 등이 최근 다시 회자되는 이유기도 하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코스피 상장사 594곳의 전체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24.2% 급감한 42조6534억원에 그쳤다. 코로나라는 예상치 못한 악재로 인해 기업 활동이 크게 위축되면서 실적도 쪼그라들었다.

우리 경제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의 활력을 되찾기까지는 갈 길도 멀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 경제가 코로나19 이전 경제 상황에 도달하는 시기는 내년 하반기 정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불확실성으로 우리 기업을 덮친 한파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각계각층에서는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옛 기업가 정신을 되살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한강의 기적’을 이룬 과거 창업세대들은 위험을 무릅쓴 과감한 도전을 통해 기업을 성장시키고 국부를 창출했다. 삼성·현대차·SK·LG·포스코 등 굴지의 대기업들도 이 과정에서 탄생했다. 이때 창업 1세대가 닦아놓은 길은 2, 3, 4세대로 이어지며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의 반열에 올라서는 성과를 냈다. 

하지만 반시장ㆍ반기업 정서가 확산하며 기업가 정신은 갈수록 메말라가는 실정이다. 실제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문화요인, 제도요인, 경제의지, 기업활동, 공공부문 등을 종합해 기업가 정신 지수를 산출한 결과 1981년 183.6에서 2018년 90.1로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 10년 단위로 보면 경제 고도성장기였던 1980년대는 158.6에 이르렀지만, 이후 1990년대는 100.8, 2000년대는 85.4로 떨어졌다. 그나마 2011년 이후는 88.2로 소폭 반등했다.

과도한 법안 발의로 속출한 기업 규제가 기업가 정신을 꺾는 주요인으로 꼽힌다. 촘촘한 규제에 가로막혀 옛 창업주들처럼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기가 어려워진 탓이다. 

실제 대한상공회의소 자체 조사에 따르면 21대 국회 개원 이후 3개월간 발의된 기업 부담법안은 284건으로 20대 국회와 비교해 40%가량 늘었다. 특히 이 중에는 상법·공정거래법 등 경영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법안들이 다수 포함돼 기업들의 불안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이에 기업가 정신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반기업 규제 완화가 절실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21대 국회에서만큼은 기업 관련 규제를 신설·강화할 경우 기업현장에 미칠 영향을 검토하고 합리적 대안을 진지하게 논의하는 입법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며 “21대 국회가 신산업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낡은 법제들도 조속히 정비해 우리 경제에 변화와 혁신의 길을 열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민주기자 stella2515@

〈e대한경제-2020.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