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법, 조세ㆍ지방세특례제한법 등 관련법안 개정안 10여개 모두 발의

의원 입법, 규제심사ㆍ공청회 생략 가능

시장 혼란ㆍ국민 정서 반감 ‘부작용’ 우려

이번주 나올 공급대책도 불신 눈초리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가운데 관련법 개정이 모두 정부 입법이 아닌 의원 입법으로 추진된 것으로 드러났다. 거대 여당이란 이점을 앞세워 관련 제도를 신속히 정비한다는 차원이겠지만, ‘졸속 입법’의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이로 인해 이번 주 예정된 공급대책도 실효성이 떨어지지 않겠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번 제21대 국회 들어 부동산 관련 입법발의가 쏟아지고 있다. 6ㆍ17대책, 7ㆍ10대책 등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정책과 관련한 입법이 주를 이룬다.

눈여겨볼 대목은 모조리 의원 입법이라는 사실이다. 종합부동산세법ㆍ소득세법ㆍ지방세법ㆍ조세특례제한법ㆍ지방세특례제한법ㆍ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등 지난 24일 기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관련법 개정안은 총 10여건에 달하는데, 하나도 빠짐없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했다. 특히 기재위 여당 간사인 고용진 의원은 4개의 법안을, 행안위 여당 간사인 한병도 의원도 다수의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통상 법 제정 및 개정은 정부 입법 내지 의원 입법으로 추진된다. 행정부와 국회의원 모두 입법권자인데, 이 두 가지 입법 절차의 차이는 크다. 정부 입법의 경우 관계부처 협의-입법예고-규제심사-차관회의-국무회의 등을 거쳐 발의되는 반면 의원 입법은 일련의 과정을 생략하고 국회의원이 발의하면 된다. 국회의원 자체가 입법기관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의원 입법이 법 제ㆍ개정에 있어 위험 부담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일방적으로 추진될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정부 입법과 같이 규제 심사를 받지 않는 데다, 공청회 등의 의견수렴도 생략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법안 발의 후 이해관계인들이 첨예하게 대립하기도 한다.

이번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 여당 의원들이 입법 발의한 것 중 일부도 여기에 해당한다. 실례로 고용진 의원이 발의한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 민원이 들끓자 기획재정부가 참고자료를 내 진화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다양한 의견수렴 없이 정부의 강력한 정책을 그대로 받아 입법에 나선 데에 따른 부작용이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7월 임시국회에서 부동산 관련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세밀한 검토 없이 마련된 정책의 허점이 입법과정을 거치면서 고스란히 드러나는 셈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집권 이후 안정적인 지지율과 지난 4월 총선 대승으로 탄생한 거대 여당의 오만함이 국민정서와 동떨어진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집권 3년 동안 신설되거나 강화된 규제 총 3151건 가운데 무려 96.5%가 사실상 규제심사를 생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집값 안정화를 위해 이번 7ㆍ10까지 총 22차례의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지만, 결과적으로 집값은 폭등했고 최근에는 서민의 분노까지 사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이번 주 발표될 23번째 대책인 공급대책도 졸속 행정이 될까 우려스럽다”고 꼬집었다.

 

정회훈기자 hoony@

〈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2020.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