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폭탄으로 수요 옥죄고 공급은 불확실성 투성…주택시장 진화 ‘글쎄’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문재인 정부의 22번째 부동산대책인 7·10 대책을 두고 나온 말이다.

7·10 대책은 부동산시장의 예측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세금폭탄으로 수요를 옥죄고, 공급에 대해선 확실한 확대 시그널을 주지 못한 탓에 달아오를 대로 달아오른 부동산시장을 진화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7·10 대책은 집을 사고, 보유하고, 파는 모든 과정에 역대급 세금폭탄을 설치했다.

집을 살 때 취득세, 보유할 때 재산세, 팔 때 양도세를 내는데, 다주택자가 세금폭탄을 피할 수 있는 피난처는 사실상 원천 봉쇄했다.

특히, 종합부동산세의 최고세율 6% 인상은 세금폭탄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종부세 최고세율은 지난해 12·16 대책(4.0%)을 크게 웃돌고, 현행 최고세율(3.2%)에 비해선 무려 2배에 가까운 파격적인 수준이다.

다주택자들이 집을 보유하고 있는 게 견디기 힘들 정도로 세금 부담을 늘려 주택을 서둘러 정리하도록 하겠다는 압박이다.

가뜩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세금 부담은 민심 이반을 넘어 조세 저항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력한 투기 수요 차단 장치와 함께 7·10 대책은 서민과 실요자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담았다.

6·17 대책 이후 불과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보완 대책을 마련한 탓에 구체적인 주택공급 확대 방안은 뒤로 미뤄두며 시간을 벌었다.

정부는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주택공급 확대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국토교통부 1차관을 단장으로 한 실무기획단을 꾸려 세부적인 공급 방안을 마련하겠다면서 7·10 대책에선 공급 확대 메시지를 던져주는 선에서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주택공급 확대를 위한 대안으로 △도심 고밀 개발 △3기 신도시 용적률 상향 △도시 주변 유휴부지, 도시 내 국가시설 부지 등 신규택지 추가 발굴 △공공 재개발·재건축 사업에서 청년·신혼부부용 공공임대·분양아파트 공급 △도심 내 공실 상가·오피스 활용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들 대안은 그동안 공급 확대의 재탕, 삼탕에 지나지 않는 데다, 대부분 약발이 그리 크지 않고, 현실적으로 획기적인 규모의 공급 확대가 어렵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익명을 요구한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과거 정권부터 살펴봐도 지금까지 세금을 무겁게 물린 부동산대책으로 집값이 떨어진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며 “이번 대책으로 발생한 다주택자들의 세금 부담은 임차임들에게 전가돼 또 다른 주택시장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크다”고 설명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는 시점에서 세금을 올린다고 해서 부동산을 잡을 수 없다”며 “특히 이번 대책에서 공급에 대한 부분은 명확하게 나와있지 않기 때문에 결국 또 올라가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서울 도심지 노후 주택 재개발·재건축 사업 재개나 용적률 등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며 “주택청약제도도 세대별로 안배해서 개선할 여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재현기자 ljh@

〈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2020.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