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T·레미콘 운송 노조, 코로나19 위기 속 운송비 인상 요구만…지역경제 파탄지경

노조 리스크가 건설 공급망을 무너뜨리면서 건설현장이 마비되고 있다.

노조의 건설 공급망 훼손에 따른 건설현장 중단은 건설사는 물론 2·3차 협력업체에 이어 건설근로자들까지 생존을 위협하며 지역경제를 파탄지경으로 몰아넣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운송비 현실화를 요구하고 있는 화물연대 제주지부 BCT분회의 파업이 이날로 59일째를 맞았다.

앞서 화물연대와 시멘트업계는 3차에 걸쳐 교섭에 나섰다.

그러나 운송비에 대한 간극만 확인한 채 별 소득 없이 결렬됐다.

시멘트업계는 국토부의 안전운임제 기준 12% 인상안을 제시했지만 화물연대는 기존 소득 대비 12% 인상안을 요구했다.

화물연대의 기존 소득 대비 12% 인상안은 안전운임제를 기준으로 하면 인상폭이 무려 55%에 이른다.

화물연대와 시멘트업계가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시멘트업계는 제주도가 운송비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할 경우 수용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현재로선 이마저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이들이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는 사이 제주지역의 700여 곳에 달하는 건설현장이 멈춰서며 비상이 걸렸다.

공사가 중단된 현장은 공기 연장이 불가피하고, 건설사들은 지체상금 발생, 간접비 증가, 입찰참가자격제한 등의 불이익에 노출될 수 있다.

문제는 화물연대와 시멘트업계 간 입장 차이가 큰 탓에 건설 공급망 훼손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일부 현장에서는 철근 부식 등으로 인해 콘크리트 타설을 위한 재시공이 불가피할 수 있고, 이에 따른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우려가 크다.

특히, 민간공사 현장의 경우 사정이 더욱 심각하다.

공공공사는 이번 사태에 따른 공기 연장과 설계변경 가능성이 열려 있지만, 민간공사 현장은 이런 안전장치가 없다.

건설사가 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고, 2·3차 피해는 협력업체와 건설근로자들의 몫이다.

레미콘 운송 노조 리스크도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민노총 소속 부산·경남 레미콘 운송 노조의 파업이 사실상 노조의 판정승으로 끝나면서 창원·마산, 광주·전남 등으로 파업이 번질 기세다.

앞서 부산·경남 레미콘 노사는 1회당 평균 4만2000원 수준인 운송비를 5만원으로 인상해달라고 요구했고, 레미콘업계는 운송비 5만원 인상과 지입차주 복지기금으로 매월 각사에 20만~50만원을 지원하기로 합의했는데, 여기에 편승해 다른 지역의 노조가 파업에 가세할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레미콘업계는 레미콘 단가가 동결된 가운데 노조의 운송비 인상 요구는 무리라며 난감한 입장이다.

더군다나 레미콘 운송비 인상은 결국 공사비 증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민간 발주자가 레미콘 운송비 인상에 따라 늘어난 공사비를 보전해주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노조의 무리한 운송비 인상을 앞세운 파업은 건설 공급망을 끊어 건설현장을 줄줄이 중단시키고 있다”며 “건설사와 협력업체는 차치하고 일선 현장의 건설근로자들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아 지역경제와 민생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경남기자 knp@

〈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2020.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