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국토장관, 속도전 주문 속

 컨트롤타워 ‘국가BIM센터’ 지정

 전담부서 놓고 논쟁 등 갈팡질팡

 활성화 전략 연구도 줄줄이 지체

 업계 “총론만 있고 각론은 부실”

 

국가 차원의 BIM(건설정보모델링) 활성화 정책이 좀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고강도의 ‘BIM 속도전’을 주문한 지 반 년이 지났지만 컨트롤타워 격인 ‘국가BIM센터’ 지정 문제조차 확실히 매듭짓지 못한 채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

1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스마트 건축의 핵심기술로 꼽히는 BIM 활성화를 위한 정부 로드맵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국토부는 BIM 활성화를 위한 정책ㆍ제도를 만들고, 기초ㆍ융복합 연구를 이끌 컨트롤타워로 국가BIM센터 신규 지정을 추진해왔다. 이를 위해 국내 유일의 인프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지난 4월 ‘국가BIM연구센터’가 만들어졌다. 이 센터를 국가BIM센터로 지정한 뒤 BIM 활용 공동지침을 만들어 공공투자를 유도하고, 민간기업의 BIM 투자를 이끌어낼 전초기지로 활용하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국가BIM센터 지정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표면적인 이유는 마땅한 근거 법령을 찾지 못해서다. BIM이 건설공사의 품질을 높이고 안전을 확보하는데 보탬을 주는 대표적인 스마트 건설기술이란 점에선 ‘건설기술진흥법’에 근거를 둬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반면 국가BIM센터 주무과인 국토부 건축정책과의 관할 법령은 ‘건축서비스산업진흥법’이다. 이는 근본적으로 BIM 정책의 전담조직을 누가 맡을 것인가에 대한 논쟁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동안 국토부 BIM 정책의 주무과는 기술정책과였다. 하지만 국가BIM센터 지정과 엮이면서 논란 끝에 주무과가 건축정책과로 바뀌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마치 주무과를 서로 떠넘기는 듯한 분위기를 만들고, 근거 법령을 찾는다며 시간을 허비하는 것을 보고 있으면 절로 한숨만 나온다”며 “기업들은 당장 숨이 꼴딱꼴딱 넘어가는데 주무부처는 너무 한가한 것 같다”고 말했다.

국가BIM센터 지정이 늦어지면서 BIM 활성화를 위한 기반 조성도 지체되고 있다. 국토부는 2030 BIM 활성화 로드맵 수립을 위한 ‘BIM 이용 활성화 전략 마련 연구’에 최근 착수했다. 지난 3월 발주된 이 연구용역은 두 차례 유찰된 끝에 건설연과 수의계약을 맺었다. 6개월짜리 연구과제지만 촉박한 일정과 빠듯한 예산 탓에 ‘주문형 연구’에 그칠 것이란 게 업계의 지적이다.

국토부는 이 로드맵을 토대로 공공분야는 일정 규모 공사에 대해 BIM을 의무화하고, 민간에는 인센티브를 제공해 단계적으로 BIM 이용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설계ㆍ엔지니어링 분야에서 요구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BIM 설계대가와 LOD(Level of Developmentㆍ모델링 상세 수준)에 따른 세부 대가기준 마련이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는 “막연하게 BIM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총론만 있고, 각론은 부실하다”며 “서둘러 국가BIM센터를 지정해서 현실적인 각론을 차근차근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태형기자 kth@

〈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2020.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