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입찰은 ‘오작동’·민간투자는 ‘미작동’

적정공사비 확보·민간투자 활성화 기대난망

공공부문 공사와 용역에서 제값을 받고, 민간투자사업을 살리기 위해 손질한 제도·정책이 정작 현실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공공공사·용역 입찰제도가 제도 설계 취지와 다르게 오작동하면서 개선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고, 민간투자사업은 실제 시장에서 작동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1일 관계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종합심사낙찰제 대상공사를 100억∼300억원 구간으로 확대하는 ‘간이종심제’가 공식 도입된 이후 올 들어 속속 집행에 들어가고 있다.

조달청을 중심으로 하나둘씩 간이종심제 낙찰자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간이종심제의 초기 낙찰률이 기존 적격심사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조달청의 간이종심제 제1호 사업인 ‘신안 압해∼송공 도로시설개량공사’의 낙찰률은 예정가격 대비 80.113%를 기록했다.

앞서 조달청은 간이종심제를 도입하면서 기준단가 산정방법과 단가심사 기준 등에 적정공사비 확보 장치를 설치했다.

공사비 300억원 이상 종심제에서는 기준단가를 ‘조사금액 70%+입찰자 평균금액 30%’의 산식으로 산정하도록 했는데, 간이종심제는 조사금액 90%, 입찰자 평균금액 10%로 조정했다.

또한, 단가심사 만점 범위를 기준단가의 ±15% 이내로 설정했다. 일반 종심제에서 기준단가의 ±18% 이내로 규정했던 만점 범위를 ±3%포인트 좁혀 간이종심제의 낙찰률을 3%포인트 정도 끌어올리도록 설계한 것이다.

그러나 실제 입찰 결과, 낙찰률이 83∼84% 수준까지 올라갈 것이라는 관측이 빗나가면서 적정공사비 확보라는 제도개선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

엔지니어링시장에서는 ‘건설기술용역 종심제’가 대표적인 오작동 사례로 꼽힌다.

정부는 사업대가 현실화 등을 목표로 지난해 3월 엔지니어링시장에 종심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시행 후 지금까지 도입 의도가 제대로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건설경제> 집계 결과, 지난해에 사업자 선정을 마친 종심제 107건의 평균 낙찰률은 80.77%로 나타났다.

이는 적격심사 평균치(약 78%) 대비 불과 2%포인트 높은 것으로, 당초 기대했던 80%대 중반에 크게 미치는 못하는 수준이다.

민자사업은 앞서 개선한 제도·정책의 약발이 좀처럼 먹히지 않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16년 민간투자법을 개정하면서 BTL(임대형 민자사업) 민간제안을 허용하고, 올해 초 민간투자사업기본계획 개정을 통해 BTO(수익형 민자사업)·BTL 혼합방식 도입 기반을 마련했다.

이어 지난 3월에는 민투법 개정을 거쳐 민자사업 대상을 열거주의에서 포괄주의로 전환하며 민자 적용범위를 대폭 확대했다.

그러나 민자시장에서 BTL 민간제안사업은 찾아보기 어렵고, BTO·BTL 혼합방식은 여전히 수면 아래에 가라앉아 있는 상태다.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B노선에 BTO·BTL 혼합방식이 처음 적용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GTX B노선은 아직 기본계획 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만큼 실제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민자사업 대상의 포괄주의 전환도 완충저류시설 등이 신규 민자적용 가능시설로 제시됐지만, 주무관청인 지자체가 민자방식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은 탓에 아직까지 민간투자 활성화에 기여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적정공사비를 확보하고, 침체된 민간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관련 제도·정책을 개선했지만 당초 의도한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지금으로선 적정공사비 확보, 민간투자 활성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만큼 제도·정책을 보완하거나 실제 적용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박경남·최남영기자 knp@

〈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2020.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