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급등에도 투자수요 급감...'고위험'사모사채 인수조건 재등장

증권사 유동성 리스크 확대 및 사업장 수수료부담 등 조달여건 악화 전망

정책적인 지원에서 소외된 채 규제부담만 커지고 있는 부동산PF 자산유동화시장이 갈수록 불안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매입확약ㆍ약정 대신 사모사채 인수확약이라는 ‘고위험’ 신용보강 방식이 재등장해 증권사의 유동성 우려가 확대되고, PF사업장의 자금조달 여건도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KB증권은 대구시내 한 주상복합 신축사업을 위한 100억원 규모의 신규 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를 발행하면서 기초자산 및 차환발행위험 통제방식으로 사모사채 인수의무 조건을 제공했다.

기초자산이 되는 PF대출이 적기 상환되지 못하거나 미납이 발생하면, 유동화회사가 사모사채를 발행하고 증권사가 이를 총액 인수해 대금을 납입하는 방식이다.

이에 앞서 대신증권도 경기 과천시 오피스텔 개발사업을 위한 100억원 규모의 ATSTB를 차환 발행하는 과정에서 대출채권 매입확약과 함께 사모사채 인수확약까지 제공했다.

기초자산의 대출기간이 47개월에 달해 앞으로의 차환 과정에서 시장미매각 등 신용위험이 크다는 점에서, 매입확약 외 사모사채 인수조건까지 붙은 것으로 풀이된다.

유동화시장에서 사모사채 인수의무나 확약은 신용공여 방식중 가장 강도높은 통제장치로 통한다.

통상 매입약정이나 확약이면 충분하나, 유동화증권 등에 대한 투자수요가 급감하거나 분양 등 사업성이 우려되는 경우 동원되는 방식이다.

부동산PF 유동화시장에서는 지난 2013∼2014년 한때 사모사채 인수 방식이 활용된 적이 있으나, 2015년 이후 주택시장이 호조세를 보이면서는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업계는 그러나 최근 유동화시장에서 투자수요가 급감하자, 6∼7년만에 다시 강화된 신용공여 방식이 등장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로 인한 향후 주택 등 분양시장의 침체 우려와 갈수록 강화되고 있는 정부당국의 규제, 정책적 지원 부재 등도 영향을 미쳤다고 업계는 덧붙였다.

실제 부동산PF ABCP의 금리는 코로나19 사태가 금융불안으로 번진 지난 3월중순부터 2배 안팎까지 급등했으나, 여전히 투자자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4월에는 회사채나 기업어음(CP) 등 여타 자본시장은 정부 지원에 힘입어 안정국면에 들어섰으나, 정책지원에서 배제된 부동산PF 유동화시장은 신규 발행이 중단되고, 차환발행 실패에 따른 증권사들의 매입약정 실행 사례가 잇달았다.

업계관계자는 “단기자금시장에서는 통상 분기말을 자금이 대거 이탈하는 경향이 있는데, 2분기말(6월)을 앞두고 또다시 투자수요 감소가 우려되자 ‘고위험’신용공여 방식이 등장하게 됐다”고 진단했다.

‘고위험’신용보강 방식이 등장하면서 증권사의 유동성 우려와 더불어 부동산PF 사업장의 조달여건은 더욱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사모사채 인수확약은 유동화회사의 사채 발행 리스크나 막대한 이자부담까지 떠안을 수 있기 때문에 차환발행 실패나 미수 발생시 증권사의 유동성에 더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건설ㆍ시행사 입장에서는 매입약정이나 확약보다 훨씬 큰 수수료를 부담해야 한다. 일반적 채무보증 수수료는 2∼3% 정도이나 사모사채 인수조건은 최소 5∼6%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다보니 PF사업자는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며 기초자산 만기때까지 매 2∼3달 마다 2배 가량 높은 수수료를 치러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봉승권기자 skbong@

〈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2020.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