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포스트 코로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불과 몇 개월 만에 전 세계를 발칵 뒤집어놨다.

코로나19가 덮친 국가들은 이번 사태를 ‘미증유·전대미문의 복합 위기’, ‘총성 없는 전쟁’,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 등으로 규정하고,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데 올인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장의 의료진과 자원봉사자, 국민 등 구성원 모두가 개방성과 투명성이라는 원칙을 견지하면서 뚜렷한 방역성과를 일궈낸 덕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한 지 45일 만에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했다.

그러나 두려울 정도로 빠른 확산 속도를 가진 코로나19는 좀처럼 완전 종식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며 코로나19와의 전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더 큰 문제는 코로나19가 몰고온 경제위기와의 2차 대전을 앞두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거치며 위기 극복 카드로 검증된 건설산업은 코로나19에 사실상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며 코로나19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건설투자가 최대 10조원 이상 증발해 산업생산액이 20조원 넘게 쪼그라들고, 일자리 수도 11만개 이상 사라질 것으로 추정했다.

박한 공사비 등으로 가뜩이나 면역력이 떨어진 건설산업을 코로나19가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특히, 코로나19는 건설산업을 둘러싼 생태계 변화와 패러다임 전환의 ‘트리거(방아쇠)’를 당겼다.

건설산업의 생태계와 패러다임은 4차 산업혁명의 파고와 지난 45년 간 유지됐던 ‘업역 칸막이’ 제거를 앞두고 논의가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생태계 변화와 패러다임 전환은 이제 겨우 꿈틀거리는 수준에 불과했고, 이렇다보니 속도도 지지부진했다.

코로나19는 건설산업의 생태계와 패러다임의 방향성 논의에 본격적인 불을 댕기며 건설산업의 ‘뉴 노멀(New Normal·새로운 표준)’ 시대를 앞당길 전망이다.

우선 코로나19는 공공건설시장과 민간투자시장의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대형 IT(정보기술) 프로젝트와 함께 SOC(사회기반시설)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바닥 난 재정을 대신해 민간투자에 의지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공공·민자시장의 확대 속에서 적정공사비 확보와 불합리한 입찰제도 개선, 발주기관의 불공정 관행 근절 작업은 코로나19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코로나19는 기존의 주택을 방 하나에 일, 식사, 잠자리, 휴식 등 모든 것을 갖추는 ‘올인룸(All-in-Room)’ 개념으로 전환하고, 분양과 도시정비사업 전략도 언택트(비대면), 온라인 방식으로 수정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전형적인 토목·건축 중심의 포트폴리오, 글로벌 체인망으로 엮인 가치사슬(Value Chain), 현장 중심의 업무 처리 스타일 등도 코로나19로 인해 크고 작은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아울러 코로나19는 BIM(빌딩정보모델링), 클라우드, 사물인터넷(IoT),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모듈러, 3D프린팅, 지능형 건설장비 등 디지털 건설기술이 빠른 속도로 현장에 스며들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가 건설산업의 생태계 변화와 패러다임 전환을 가속화하는 가운데 건설산업은 중대 기로에 서게 될 전망이다.

전례 없는 코로나19의 파고를 넘어 몇 계단을 뛰어오로는 ‘퀀텀 점프’를 이뤄내거나 코로나19에 발목이 잡혀 한 발도 나아가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을 하게 될 수도 있는 운명 앞에 놓여 있다.

김상수 대한건설협회 회장은 “코로나19 충격은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정치·경제, 과학·기술, 문화 등 모든 분야가 코로나19에서 벗어나기 힘든 상황”이라며 “건설산업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기술과 프로세스가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경남기자 knp@

〈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2020.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