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자부 ‘엔지니어링산업 혁신전략’ 공개… 사업대가 현실화도 집중

 

정부가 ‘PMC(사업총괄관리)’ 등 고부가가치 분야를 첨병으로 내세워 우리나라 엔지니어링기업들의 해외시장 진출을 적극 돕는다. 또, 젊은 기술인력 부족 등 산업의 고질적인 병폐를 끊기 위해 ‘사업대가 현실화’에 집중한다.

7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엔지니어링협회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엔지니어링산업 혁신전략’을 공개했다. 엔지니어링산업 혁신전략은 ‘엔지니어링산업 진흥법’을 바탕으로 해 엔지니어링산업이 지속 성장할 수 있는 중장기 발전 방안을 담고 있다.

이 전략은 크게 4대 과제로 요약할 수 있다. 4대 과제란 △고부가가치영역으로 진출 활성화 △신남방지역을 중심으로 한 엔지니어링기술 수출 확대 △공정한 산업생태계 조성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산업의 디지털화다.

고부가가치 진출 활성화의 핵심은 PMC와 O&M(운영ㆍ관리) 분야다. PMC란 발주처를 대신한 전문가 그룹이 사업 초기 기획부터 완료, 더 나아가 운영까지 모든 과정을 담당하는 사업 기법이다. 이 기법을 활용해 도화엔지니어링과 평화엔지니어링 등이 해외시장에서 수주 낭보를 전하기도 했다.

산업부는 글로벌 PMC시장 성장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판단, 국토교통부와 협업 등을 통해 이 시장에서 국내 엔지니어링기업들의 새 먹거리 창출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산업부 조사 결과, 글로벌 100대 엔지니어링사들이 PMC 분야에서 일군 매출액(2018년 기준)은 전년보다 7.4% 성장한 237억8000만달러다. 이어 산업부는 추가 상승여력이 충분할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발을 맞춰 국토부는 지난해 PMC 활성화를 위한 TF를 운영했으며, 운영 결과를 바탕으로 현재 PMC 활성화 전략을 짜고 있다. 국내 건설시장에 이 기법을 우선 도입하고, 충분한 실적을 쌓은 기업을 중심으로 해외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복안에서다. 이를 위해 국토부는 올 하반기 중 PMC 시범사업 2∼3건을 발주할 계획이다.

산업부는 PMC와 함께 O&M 분야 진출 확대를 적극 도울 방침이다. 프로젝트 건설을 도맡은 후, O&M까지 담당하게 되면 고부가가치 창출 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017년 SK건설ㆍ대림산업 컨소시엄이 수주한 ‘터키 차나칼레대교 건설사업’이다.

총 사업비가 3조5000억원에 달하는 차나칼레대교 건설사업은 현재 SK건설ㆍ대림산업이 시공을 맡고 있다. 시공에 앞서 기본설계는 평화엔지니어링이 진행했으며, 준공 후 O&M은 이 컨소시엄이 담당한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차나칼레대교에 대한 ‘A to Z’를 전담해 총 사업비를 사실상 독차지하는 효과를 거둔 셈이다.

산업부는 PMC와 O&M 진출 활성화 전략으로 ‘민관협력’을 꺼내들었다. 우리나라 공기업이 가진 운영 노하우와 민간기업이 보유한 기술력이 결합된다면 기대 이상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해외 PMC와 O&M 분야에서 꾸준히 수주가 이뤄진다면 엔지니어링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4차 산업혁명의 기반산업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전략을 바탕으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신규 인프라 개발에 대한 수요가 큰 신남방국가의 건설시장 진출도 적극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혁신전략은 산업의 또 다른 발전 방안으로 ‘사업대가 현실화’를 추진 과제로 내세웠다. 적정 대가를 주고 받는 분위기가 안착돼야 산업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배경에서다.

산업부는 사업대가 현실화를 위한 핵심 전략으로 ‘표준품셈 마련을 바탕으로 한 실비정액가산방식 도입 활성화’를 꼽았다. 엔지니어링 사업대가 산정은 실비정액가산방식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적지 않은 발주처들이 표준품셈 부족 등으로 공사비요율방식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산업부는 우선 표준품셈 제ㆍ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표준품셈 관리기관인 엔지니어링협회는 지난해까지 국토계획과 수도정비기본계획 등 13건의 표준품셈을 제ㆍ개정했다. 올해에는 4건의 신규 품셈 마련과 또 다른 4건의 품셈을 개선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실비정액가산방식의 활용범위 확대를 꾸준히 도모하겠다는 게 산업부의 계획이다.

여기에 발을 맞춰 기획재정부는 지난 6일 발표한 ‘2021년도 예산안 편성세부지침’을 통해 고난이도 설계는 보상을 강화하고, 단순 공정 설계는 조정하기로 했다. 1000억원 공사비 기준 설계요율을 2.79%에서 최대 2.94%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아울러 산업의 디지털화에 대한 핵심은 BIM(빌딩정보모델링)과 빅데이터의 적극 활용이다. 설계 분야에서는 BIM을 통해 고도화를 이뤄내고, PMC 분야에서는 빅데이터를 구축해 사업기간 단축과 원가 절감을 달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산업부는 PMC 빅데이터 구축을 위해 우리나라 기술력으로 사업기간과 원가의 적정관리를 위한 솔루션을 개발하겠다는 전략이다.

산업부는 엔지니어링산업 발전 도모 의지를 천명하고자 7일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이 전략을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했다.

 

최남영기자 hinews@

〈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2020.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