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건설사들 전문건설업 진출...“규제 피하고 수익성도 높아”

하도급 보호·안전 규정 갈수록 세지자

벌점·제재·분쟁 가능성 원천차단 전략

직접시공 확대·업력 개편 정책도 영향

동부가 물적분할한 '동부엔텍'에 주목

수익성도 우수…전문업계는 위기의식

 

최근 건설 하도급ㆍ안전 규제가 연이어 강화되면서 대형 종합건설사가 전문건설 시장에 진출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분란의 소지가 있는 현장에 계열 전문건설사를 투입해 벌점 및 제재 부과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전략적 행보다. 종합건설사들은 수익성 차원에서도 전문건설업 진출이 이득이라고 보고 있다.

1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동부건설이 동부엔텍을 물적분할하며 전문건설사를 계열사로 확보한 것에 대형 종합건설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상위 10대 대형사 중 3군데가 동부엔텍 사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부엔텍은 지난 4월 동부건설이 기존 폐기물처리업 부문을 물적 분할해 설립한 회사다. 명목상으로는 환경산업 진출이지만, 업계는 동부엔텍이 설립에 맞춰 전기, 기계, 소방, 통신 등 4개 분야의 면허를 취득한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한 대형사 임원은 “수익성이 높고 분쟁 소지도 많은 업종 4개를 분리해 폐기물 산업에 얹어 공식적으로 전문건설사를 차린 것으로 봐야 한다”라며 “정부의 직접시공 압력 흐름에 맞춰 종합건설사들의 전문건설업 진출의 신호탄”이라고 평가했다.

동부건설 측도 업계의 평가에 일부 동의한다.

동부건설 관계자는 “정부가 계획하는 직접시공 범위 확대와 전문ㆍ종합 업역 장벽 완화는 현재의 하도급 구조가 비효율적이라는 뜻이며 산업 선진화를 위해서는 구조적 통합화가 필수라는 뜻”이라며 “종합건설사는 PM의 역할 강화에 집중하고 전문건설 계열사를 통해 현장 콘트롤 능력을 갖추려는 움직임이 앞으로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동부건설의 동부엔텍 물적분할에 대한 논의는 이미 2018년 말부터 이뤄졌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건설산업 업역장벽 완화, 하도급 규제와 건설안전 규제 강화가 이뤄지던 시점이었다. 벤치마킹 모델은 GS건설의 전문건설 계열사인 GS네오텍이었다.

GS네오텍은 설립 초반만 해도 매출액의 50% 이상을 GS건설 발주물량에 의존했지만, 작년 기준 GS건설로부터 받은 공사는 91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전체 매출액은 4930억원이다. GS네오텍 스스로 자생력을 갖춘 전문건설사로 자리 잡았다는 뜻이다.

GS네오텍과 함께 작업한 대형건설사 현장 관계자들의 평가도 매우 좋다. 현장 관리 매뉴얼이 대기업 수준이어서 중견 종합건설사들은 GS네오텍과 함께 일하며 배운 점이 많았다는 평이 압도적이다.

다른 대형건설사들은 아직 자사 브랜드를 내세워 전문건설 시장 진출을 공식화하지는 않았지만, 전문건설을 등록한 비공식 계열사를 두고 있다.

한편, 이 같은 종합건설사들의 움직임은 전문건설업계에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한 전문건설사 대표는 “정부의 직접시공 압력이 강화되며 역으로 전문건설업이 타격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라며 “건설업은 결과적으로는 실적과 자금유동성 싸움이기 때문에 대형사들의 전문건설업 진출 움직임이 가시화되면 전문건설업이 가장 먼저 양극화 흐름을 타게 될 것”라고 우려했다.

 

최지희기자 jh606@

〈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2020.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