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공사 발주자 권한 막강…안전기준 미준수 원인부터 살펴야



이천 물류창고 공사현장 화재 참사의 재발 방지를 위해 산업재해에 대한 발주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시공사 선정과 관련된 권한이 발주자에게 가장 많은 만큼 그에 따른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처벌 대상이 지나치게 광범위해질 수 있고, 입법 자체가 여의치 않을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천 사고 이후 출범한 2기 건설안전혁신위원회는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발주자 책임 강화를 논의했다.

혁신위에는 정부와 건설업계, 노동계, 학계 등에서 참여하고 있고, 다음달까지 건설분야 산재 예방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혁신위에서 건축주에 대한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면서 “건설공사에서 권한이 가장 많은 발주자도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혁신위에 참여하고 있는 안홍섭 군산대 교수(건설안전학회장)는 “공공과 민간 구분 없이 가장 권한이 강한 발주자에 대해 안전관리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이천 사고도 결국은 발주자가 싼 가격에 공사를 하려고 안전을 챙길 능력도 없는 건설사를 선정한 이유가 크다”고 지적했다.

노동계에서도 발주자가 안전에 관심을 더 둬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하고 있다.

혁신위원인 강한수 전국건설노동조합 토목건축분과위원장(노동안전보건위원장)은 “이천 사고도 발주자가 설계변경을 요구하면서 공사기간이 짧아졌고, 이 때문에 위험작업을 동시에 진행하다가 사고가 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면서 “발주자가 건설공사 안전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실적으로 발주자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가능한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민간 건축공사는 법인이나 시행사가 발주자인 경우도 있지만 일반인이 발주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자칫 법 적용 대상이 지나치게 넓어질 수 있는 셈이다.

이와 함께 기존 안전관련 규정이 왜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는지를 우선적으로 살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신영철 건설경제연구소 소장은 “건설공사 과정을 잘 모르는 사람도 발주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산재사고에 대해 발주자 책임을 묻는 것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면서 “현재 마련된 규정이 실제 현장에서 적용되지 않는 것이 문제인 만큼 이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해석기자 haeseok@

〈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2020.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