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부산·경남 골조공사 현장 올스톱…한시가 급한 지역경제 회복에 찬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전례 없는 경제위기가 들이닥친 가운데 위기 극복을 견인할 건설현장이 곳곳에서 멈춰 서고 있다.

레미콘과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운송 노동자들이 줄파업을 벌이면서 건설현장의 레미콘 공급망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힘을 모아도 모자랄 판에 노조의 ‘파업 엔데믹(Endemic·주기적 발병)’으로 경제위기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공공공사와 민간공사를 구분할 것 없이 현재 골조공사 단계에 있는 제주지역 건설현장이 사실상 올스톱됐다.

제주지역 BCT 운송 노동자들이 현행 운임체계 문제를 이유로 지난달 10일부터 한 달 넘게 파업을 벌이고 있는 탓에 레미콘 생산·공급이 전면 중단된 결과다.

BCT 운송노동자들은 화물 무게와 거리에 따라 운송료를 책정하는 현행 운임체계는 섬 안에서 단거리 운송 위주인 제주지역에는 적합하지 않다며 지역 특수성을 감안한 운임체계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시멘트업계는 현행 운임체계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고, 운임체계는 협상 대상이 아니라며 맞서고 있다.

부산·경남지역 건설현장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부산·경남지역 레미콘 운송노동자 1500여 명이 지난 14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이들 지역 레미콘 공급이 뚝 끊겼다.

이로 인해 부산오페라하우스, 부산에코델타시티 등 공공공사 현장 2000여 곳과 아파트 등 9000여 곳에 달하는 민간공사 현장의 골조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레미콘 운송노동자들은 현행 1회당 평균 4만2000원 수준인 운송비를 5만원으로 인상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레미콘업계는 2000원 이상 인상은 수용할 수 없다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BCT 운송노동자와 시멘트업계, 레미콘 운송노동자와 레미콘업체 간 대립으로 레미콘 공급망이 훼손되면서 애꿎은 건설현장에 불똥이 튀고 있다.

레미콘 공급 중단으로 가동에 차질을 빚은 건설현장은 공기 연장이 불가피하고, 건설사들은 지체상금 발생, 간접비 증가는 물론 입찰참가자격제한 등의 불이익에 노출될 수 있다.

가뜩이나 건설·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라 일감이 줄고, 박한 공사비로 수익성이 악화된 가운데 노조 파업으로 인한 건설현장 중단은 영세한 지역건설업체를 존폐 위기로 내몰 수 있다.

사정이 더욱 심각한 것은 건설산업이 앞선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어 이번 코로나19 위기 극복에도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정작 노조 파업에 발목이 잡혀 제 몫을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노조 파업 리스크로 인해 건설현장이 돌아가지 않고, 건설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 코로나19발 경제위기 극복도 그만큼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노조 파업은 건설현장 중단, 지체상금·간접비·입찰참가자격제한 등의 불이익, 하도급업체·자재·장비 등 2차, 3차 피해와 손실로 번지게 된다”며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는커녕 되레 위기를 키우는 꼴”이라고 말했다.



박경남기자 knp@

〈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2020.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