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없는 공개로 ‘망신주기’ 전락…사고업체 낙인, 해외수주 악영향



정부가 사망사고 건설사 명단을 공개한 지 10개월이 지난 가운데 명단 공개가 사고예방 효과보다는 ‘망신주기’로 전락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명단 공개 원칙과 기준, 시점이 들쭉날쭉하고, 정부가 스스로 국내 건설사를 사고 건설사로 낙인 찍으면서 해외수주 경쟁력을 깎아내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7월부터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고를 신고받아 이 중 사망사고를 발생시킨 시공능력평가 100위 이내 건설사를 공개하고 있다.

모든 건설사고 통계를 직접 관리하고, 사고가 잦은 건설사를 공개해 건설사의 경각심을 높이고 사고 감소효과로 연결하겠다는 의도다. 명단 공개가 사고의 선제적 예방수단으로 출발했지만 1년 가까이 지난 지금에서는 사고 발생 건설사에 공개적인 망신주기로 변질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게다가 명단 공개에 대한 원칙과 기준이 애매하고, 공개 시점도 정기적이지 않다.

  국토부는 지난해 8월 전월에 발생한 사망사고 건설사 명단을 처음으로 공개한 데 이어 같은 해 10월에는 7∼8월에 걸쳐 사고가 발생한 건설사를 누적 발표했다.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서는 9월 한 달간 발생 현황을 발표했고, 한 달 후에는 10월 사망사고 발생 건설사를 공개했다.

올 1월 들어서는 작년 11월과 12월치 발생 건을, 2월에는 올 1월 발생 건설사를 공개한 데 이어 4월에는 2월과 3월 사망사고 발생 현황을 한꺼번에 오픈했다. 심지어 올 2∼3월치 발표에서는 지난해 일어났던 사고까지 언급하면서 한 번 더 면박을 줬다.

사고 건설사 명단 공개에 있어 원칙과 기준, 시점이 정해진 게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국토부의 명단 공개가 국내 건설사의 해외수주 경쟁력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건설현장 사망사고는 언론 등에 이미 공개되고 건설사는 사고에 따른 법적 불이익을 받는다. 그런데 정부가 주먹구구식으로 또 한 번 공개하면서 해외시장에서 경쟁사들에 공격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사고 발생 건설사에 대한 불이익과 비판은 건설사가 감당해야 하는 부분”이라면서도 “사고 발생 건설사의 명단 공개가 사고 예방 효과를 거두기보다는 해외수주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등의 부작용이 더 크다면 정책방향을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경남기자 knp@

〈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2020.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