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입찰 때마다 충돌···교통정리 시급 


   /이중규제·품질저하 등 우려 고조

　#1. 국군재정관리단은 지난 3월 포장·철거·토공사 등이 포함된 35억여원의 오수처리시설공사 입찰공고 때 건설산업기본법령상 시공자격이 없는 환경전문공사업자, 개인하수처리시설 설계·시공업자의 단독응찰을 허용했다. 건설업계의 강력한 반발과 국토해양부, 그리고 환경공사업종의 주무부처인 환경부의 ‘건산법 위반’이란 유권해석을 받아든 후에야 응찰조건을 바로잡았다.

　#2. 관악구청은 5월 포장·철거·배수공사 등이 섞인 22억여원의 등산로 공사를 조경공사업과 조경시설물설치공사업간 주계약자공동도급 방식으로 입찰공고했다가 법제처 유권해석상 등산로 시공독점권을 들고 나온 산림사업법인의 반발로 중단했다. 법제처 유권해석을 둘러싼 격론 끝에 구청은 조경공사업계의 손을 들어줬지만 공고안 강행 배경은 ‘등산로가 아닌 공원시설’이란 논리였다.

　정부 부처별로 건설 관련 업종을 경쟁적으로 신설하면서 건설업계가 제2의 업역전쟁에 직면했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업역간 충돌이 국토해양부가 관할하는 건설산업기본법령을 뛰어넘어 환경부, 산림청 등의 유사 건설업종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국군재정관리단, 관악구청의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며 지자체, 공기업들의 실제 입찰과정에서 이런 혼선과 갈등은 심각한 수준이며 건설업계의 설 곳도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는 게 건설업계의 하소연이다.

　문화재청이 지난 2월 시행에 들어간 ‘문화재수리법’만 해도 8월말까지 문화재수리업을 겸업한 건설사에게 문화재수리협회, 서울보증, 은행 등의 별도 자본금 확인서를 발급받도록 강제했다. 이중규제 논란 속에 문화재청이 자본금 확인서 발급기관에 건설공조를 추가로 포함하는 쪽으로 선회했지만 당초안이 강행됐다면 문화재시설공사를 겸업한 건설사들은 4000만원(조경업은 1000만원)씩의 추가부담을 떠안아야 했다.

　건설협회 관계자는 “건산법 등록체계 밖의 새 설계·시공업이 하나씩 만들어질 때마다 기존 건설사의 추가등록 등 부담이 추가되고 심지어 수십년 전부터 아무 탈 없이 수행한 건설공사 업역을 상실하는 사례까지 나온다”고 하소연했다.

　건설업종이 우후죽순격으로 늘어나는 원인은 부처별 이기주의·성과주의 탓이다. 새 법률과 업역을 만드는 게 관할부처의 성과일 뿐 아니라 관리가 쉬워지고 퇴직자들의 진출 길도 넗어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2005년 이후 신설된 설계·시공업만 8종에 달하며 갈수록 늘고 있다. 이미 6개의 건설업종을 보유한 환경부만 해도 작년 ‘자연환경보전법’ 개정을 통해 자연환경복원설계사업 신설을 강행하려다 실패했지만 재추진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김재영 건설산업정보센터 이사장은 “정부의 건설생산체계 관리의 목표는 불필요한 간접비 절감이어야 하는데, 부처별로 새 업역을 쏟아내면서 분리발주 등으로 인한 간접비 증가에 더해 건설업계의 등록 등 부담까지 가중시키고 있다”며 “청와대 주도 아래 범정부 차원에서 건설생산체계를 정리하는 것이 시급하며 여의치 않다면 발주체계라도 수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선생각 앞선신문 건설경제-2012.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