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혁신사례, 건설분야 달랑 1건

규제 샌드박스 과제 승인도 1건뿐

 

국토부, 부실벌점 개편 ‘처벌 강화’

공정위, 표창 등 벌점경감서 제외

 

경제성장ㆍ일자리 기여도 높은데

유독 건설기업 활동엔 ‘규제장벽’

 

 

 

정부가 각종 규제를 혁파했다며 연일 홍보하고 있지만, 유독 건설업만 정부의 규제 개혁 대상에서 소외되고 있다. 오히려 기업 활동을 위축하는 규제를 양산하고 예방보다 처벌을 강화하고 있다.

초유의 전염병 사태로 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운 가운데 고용과 성장 기여도가 큰 건설산업에 대한 덩어리 규제를 과감하게 걷어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 7일 ‘국민생활 분야 규제혁신 10대 사례’에 이어 9일에는 ‘정부 입증책임제 추진 성과’를 발표했다.

국민 생활과 밀접한 분야에 대한 불합리한 규제를 정비하고 사업 환경을 옥죄는 각종 규제를 혁파해 기업 활동에 활기가 돌게 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건설업은 정부 규제 개혁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정부가 발표한 사례에는 국토교통부가 건의해 추진한 ‘건설업 일시적인 등록기준 미달 허용 확대’가 유일하다.

규제 완화를 위한 정부의 핵심 제도인 ‘규제 샌드박스’에서도 건설업은 철저하게 소외받고 있다.

지난해 규제 샌드박스로 195건의 사례가 탄생했다. 그런데 여기서도 건설과 관련된 과제가 승인된 것은 단 1건뿐이다. 이마저도 대형 굴삭기 등 건설기계 교육을 위한 가상현실(VR) 시뮬레이터다.

건설업은 정부의 규제 완화 대상에서 소외된 것은 물론 오히려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규제들이 양산되는 실정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국토교통부가 추진 중인 부실벌점 산정 방식 개편이다.

국토부는 지난 1월 입법예고한 건설기술진흥법 시행령을 통해 부실벌점 부과기준을 현장 수를 고려한 평균방식에서 단순 합산방식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건설업계는 이 경우 기존보다 많게는 30배까지 벌점이 늘어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정광복 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이번 개정안은 현행 벌점제도가 가진 불명확하고 비객관적인 부과기준, 형평성ㆍ균형성 등에 대한 문제점은 고려하지 않은 채 벌점제도의 실효성만을 강조하고 있다”며 “벌점 산정기준 개편과 연계되는 불이익 수준이 매우 커지는 것을 고려할 때 처벌 중심의 개편안”이라고 우려했다.

국토부의 이런 행보는 다른 정부부처의 기조와도 역행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국내 기업들의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 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일례로 산업부는 지난해 해외에서 복귀하는 기업들을 위해 ‘유턴기업 인정요건’을 완화했다. 또 규제 완화를 통해 수소 및 전기차 인프라 구축을 늘리고 기업활력법 지원범위를 넓혀 신산업 창출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건설기업에 대한 규제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지난 3월 하도급 벌점제도를 개편해 기존 벌점 경감 사유인 관계장관 표창과 임직원 교육이수를 삭제했다. 공정거래를 유도하고 제재보다 예방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취지가 무색해진 것이다.

아울러 신용등급이 높은 원사업자라도 하도급업체에 공사대금 지급을 보증하도록 의무화했다. 이 규제는 실익 없이 연간 150억원가량의 보증수수료 부담만 건설사에 가중시킬 것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건설업계는 여타 산업과는 달리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처벌위주 규제들로 가득 차 있다고 항변한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국내 경제가 무너지는 상황에서 규제를 과감하게 걷어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산업은 국내총생산(GDP)의 15%를 차지하는 경제의 기둥으로 180만명 이상의 고용을 창출하고 있다”며 “한국 경제의 경착륙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가 나서 규제를 혁파하는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재현기자 ljh@

〈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2020.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