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진법 시행령 개정안 시행 임박…건설업계, 벌점 개편 맞물려 ‘부담’

 

이르면 6월부터 근로자 3명 이상이 목숨을 잃는 중대 건설사고를 일으킨 건설사에 3점의 부실공사 벌점이 부과될 전망이다.

정부가 벌점 산정을 누계 평균에서 합산 방식으로 변경하기로 하면서 건설업계에 ‘벌점폭탄’ 우려가 커진 가운데 벌점 규제 강화가 또 나오면서 건설업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방식으로 벌점 산정 방식이 확정되면 중대 건설사고 발생은 바로 건설사의 주택 선분양 제한으로 이어질 수 있다.

12일 정부에 따르면 지난 2018년 12월 입법예고된 ‘건설기술진흥법 시행령 개정안’이 최근 규제개혁위원회의 규제 심사를 완료했다. 이에 따라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 의결 절차를 거쳐 6월경 공포될 예정이다.

개정안에는 중대한 건설사고에 벌점 3점을 부과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중대한 건설사고는 사고 사망자가 3명 이상 발생하거나 10명 이상이 다치는 사고다. 지금도 안전관리대책이 소홀한 건설사에 벌점을 부과할 수 있지만 부실시공 여부가 입증돼야 했다. 개정안은 3명 이상 사망자가 발생하면 건설사에 바로 벌점을 부과하도록 했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 2018년 1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산재 사망사고 감소대책’의 후속조치 성격이다. 전체 산재 사고 사망자의 절반가량이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상황에서 건설공사를 관리하는 건설사에 대한 산재 예방책임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지난해 전체 산재 사망자 855명 가운데 건설업에서 절반 수준인 428명이 사망했다.

건설업계에서는 국토부가 벌점 산정 방식을 부과된 벌점을 점검한 현장 수로 나누는 평균방식에서 단순 합산방식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벌점 부과 항목이 늘어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국토부는 최근 2년간 부과된 벌점 합계의 절반으로 나눠 벌점을 산정할 계획이다.

현재 기준으로 벌점이 1점을 넘으면 지상층 골조공사의 3분의1을 완료해야 분양을 할 수 있고, 3점을 넘으면 골조공사를 3분의2까지 끝내야 분양을 할 수 있다. 중대사고가 1건 발생해 3점의 벌점을 받으면 실제 산정되는 벌점은 1.5점이 되기 때문에 사실상 후분양 사업만 가능해지는 셈이다.

여기에 벌점이 많으면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PQ) 신인도 감점과 공공공사 입찰 참가 제한 등의 불이익도 받는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벌점 산정이 평균에서 합산으로 바뀌는 상황에서 3점은 큰 점수”라면서 “중대 재해가 발생하면 다른 행정처분들도 많이 따라오는데 결국 처벌만 늘어난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토부는 중대 재해로 인한 중복 처벌 가능성은 없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동일한 사항으로 건설산업기본법 등으로 영업정지 등의 상위 행정처분을 받을 경우 벌점은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중복 처벌 가능성을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개정안에는 건설현장에서 수입산 불량 철강재 등의 사용 제한도 포함됐다. 품질 관리대상 건설자재에 I형강, 구조ㆍ기초용 강관, 고장력 볼트, 용접봉, 긴장용 케이블이 추가된다. 수입산 불량 철강재로 건설현장 안전이 위협받을 우려가 커 품질관리를 강화한다는 취지다.

이와 함께 공사중지 요건을 확대한다. 지금은 부실시공으로 시설물의 구조안전에 지장을 줄 때 점검자가 공사중지 명령을 내릴 수 있는데 안전과 환경 관련 위험도 공사중지 명령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권해석기자 haeseok@

〈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2020.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