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유동화증권 발행 사실상 '스톱'

증권사 유동성 위기로 시장 급랭

ABCP 등 이달 9조 이상 만기 도래

 

韓銀 사상 첫 증권사 직접대출 추진

대상기준·규모 등 기대 못 미칠 땐

증권-시행-건설사 연쇄 디폴트 우려

그간 부동산PF 자산유동화시장에서 채무보증을 전담하다시피 한 증권사들이 유동성 위기에 시달리면서 PF사업의 자금줄이 끊어질 위기에 놓였다.

급기야 한국은행이 증권사에 대한 직접 대출까지 추진하고 나섰는데, 그 규모와 조건 등이 기대에 못미칠 경우, 증권사에서 시행, 시공사로 이어지는 연쇄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건설 및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다수의 증권사들이 신규 부동산PF에 대해서는 유동화증권(ABS 및 ABCP, ABSTB) 발행 업무를 사실상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인한 금융불안과 경기침체 우려로 투자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는데다, 증권사마다 신용등급 하락 우려와 7월 시행되는 익스포저 규제에 대비할 수밖에 없어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예전같으면 1%대로 발행할 수 있었던 고신용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가 최근에는 3%대 금리에도 투자자를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증권사마다 신용도 하락과 규제 부담에 더해 유동성 위기까지 겪으면서 부동산PF 조달시장도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미 ABCP차환 발행 대신 매입약정을 실행하는 증권사들도 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은 최근 4건의 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의 차환발행 대신 자체 매입했고, 한화투자증권도 300억 ABCP 중 250억은 차환발행 대신 자체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이달 중 만기가 돌아오는 ABCP 및 ABSTB만 9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6월말까지의 만기 물량은 약 29조원에 달한다.

따라서 유동화시장의 경색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차환발행 실패 물량은 더욱 증가하고 부동산PF 관련 증권사에서 시행사, 건설사로 이어지는 연쇄적인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증권사는 물론, PF 개발시행사 및 건설사들은 정책지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사상 처음으로 추진되고 있는 한은의 증권사 직접대출에 거는 기대가 크다.

앞서 1997년 IMF외환위기 당시에도, 한은이 은행 외 금융기관에 직접 대출을 실행한 적은 없었다.

그만큼 증권사의 유동성 부족이 심각하고 그로 인한 금융시장 및 경제적 파장 또한 클 것이란 방증이다.

업계는 빠르면 이번주 중 한은의 증권사 직접대출 조건이나 기준, 규모 등이 확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관련 법에 따라 정부와의 의견 조율을 거쳐야 하는데, 오는 20일 4명의 금통위원들의 임기가 종료되는 만큼 그 전에 비상대출안을 의결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한은의 직접 대출은 일단 이번달 만기 물량 등 당장‘급한 불’을 끄는데는 효과적일 수 있다”면서도 “대출 조건이나 기준, 규모 등이 기대에 못미칠 경우에는 과거 금융위기와 비슷한 양상의 부동산PF발 연쇄 부실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봉승권기자 skbong@

〈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2020.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