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 수준만 맞으면 고졸에 무자격자도 취업시키는 상황...기술직 발 붙일 데가 없다" 


　갈 곳 없는 건설 기술직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나마 안정적이라고 꼽히던 대형건설사들의 건축연구소까지 감원바람이 불면서 기술인력들에게 희망 없는 겨울이 길어지는 분위기다. 

    지난 3분기 동안에만 국내 31개 대형건설사의 국내 현장 인력이 작년동기 8.9%나 감소하는 등 고용한파가 근 2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건설인들에게 이번 겨울이 남들보다 배로 괴로워지고 있는 셈이다.

   건설워커 유종욱 대표는 4일 “현재 사이트에 올라오는 고민상담글 중 건설업 자체에 대해 회의하는 글도 많다”며 “저가낙찰, 부족한 일감 등의 문제로 적자가 누적되면서 중소건설사부터 무너지기 시작하니 현장에서 일하던 30~50대 초반 사이 기술인력들이 일용직 근로자마냥 일감을 찾아 떠돌고 있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4일 오후 5시까지 구직사이트에 이력서를 등록하는 기술직들만 38명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 4일 동안 구직 활동에 나선 인력들만 341명에 이르는 현실이다. 이같은 상황은 작년부터 이어진 것으로 하루 평균 10~20건 정도씩 올라오던 이력서들이 1년 사이에 하루 50~60건까지 등록되고 있다. 이들의 나이대는 75% 이상이 30대 후반~50대 경력기술직이고, 그 외 나머지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신입 지원자들이다. 

　올해 39살인 안모씨는 중견건설업체에서 만 7년 동안 일하며 현재 연봉 3800만원을 받는 정규직이지만 현재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 그는 “회사 사정이 예년같지 않다. 경영사정이 어렵다 보니 작년에만 기술인력 30% 가까이가 구조조정을 당하고, 그 외 자발적으로 회사를 떠난 사람까지 합하면 인력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이 가운데 일하다 보니 연봉은 제자리인데 업무 강도는 점점 세지기만 해 도저히 견디기 힘들어 이직준비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안씨가 갈만한 회사를 찾기는 쉽지 않은 현실이다. 대형건설사가 아닌 이상 건설사 상황이 다들 비슷하다보니 자격증에 업무경력, 주위의 좋은 평판을 갖추고 있어도 현재 상황보다 나은 회사로 옮기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구조조정으로 회사를 떠난 토목기술직 김원일(41세)씨 역시 구직난으로 고생 중이다. 김씨는“현재 토목 구인시장은 대형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얼마나 저렴한 인건비로 일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보니 고졸에 무자격증, 초급경력이어도 연봉 수준만 맞으면 취업시키는 경우가 허다하다”며“실력과 고급경력자에게 연봉을 많이 주면서 일시키던 시대는 이제 끝났다”고 단언했다. 

   반면 플랜트 인력과 해외현장 전문직 채용시장은 상황이 정반대다. 현재 경력직 채용을 진행 중인 GS건설과 대우건설, 한진중공업, 두산중공업은 모두 플랜트 및 해외전문 인력만 뽑고 있다. 당장 4일 오후 6시부터 20일까지 채용을 진행하는 GS건설은 플랜트 시공경력 3년 이상의 프로젝트 전문직을 채용 중인데 동시에 모두 해외 프로젝트 수행 경험자를 우대한다는 조건이 붙어있다. 

  4일부터 16일까지 채용을 진행 중인 한진중공업 역시 발전플랜트 경력 3년 이상 경력자만 채용 중이며 나이지리아, 오만과 파부아뉴기니 현장 전문직을 채용 중인 대우건설은 플랜트 공사 유경험자를 우대하는 조건이 따라붙어 있다. 그 외 두산중공업, 도화엔지니어링 등도 해외설계 및 발전플랜트 전문직 대상으로만 구인 중이다. 

　건설워커 관계자는“건설 고용시장 관련 일을 하면서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를 본 적이 없다”며 “플랜트와 해외현장 전문직을 제외하고는 고용시장이 완전 암흑 속에 있기 때문에 이같은 고용한파가 얼마나 지속될 지 가늠도 못하겠다”고 전했다. 

　주택 내수가 살아나고, 굵직한 국책 사업이 추가로 발주되지 않는 이상 건설인들의 일감찾아 떠도는 생활은 앞으로도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앞선생각 앞선신문 건설경제-2012.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