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적 쌓기용 사업' 예산은 펑펑, 'SOC사업'은 잇따라 공사중단 


일은 실컷 시키고 예산순위 뒤로 미룬채 "돈없다"

엔지니어링사, 설계 마치고 돈 못받은 곳 수두룩

　건설엔지니어링 기업인 A사 사장은 연말 결산을 앞두고 한숨만 나온다. 올해 전체 수주액의 4분의 1에 육박하는 23% 가량의 사업이 현재 중단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 중에는 설계 업무를 90% 가량 마치고도 실제 대금은 절반도 못받은 사업이 수두룩하다. 대부분이 지방자치단체가 발주한 사업이다.

　A사 사장은 “공정사회를 주창하는 지방정부(지자체)가 오히려 룰을 지키지 않고 있다”면서  “일은 실컷 시켜놓고 대금 지급시점에 임박해서 덜컥 공사중지 명령을 내리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전국 지자체들이 연말 결산를 앞두고 ‘치적 쌓기용’ 사업에는 예산을 쏟아부으면서 정작 공공 성격의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 대해 사업중지를 남발하고 있어 눈총을 받고 있다. 　

　시·도지사 교체 후 기존 사업의 표류·백지화로 인해 논란이 됐던 ‘지자체 리스크’가 연말과 내년 선거를 앞두고 다시 부각되는 모습이다.

　지자체들은 이처럼 공사 중지 명령을 내리는 이유로 예산 부족을 내세운다. 전북도청 관계자는 “사업성이 없어 중단되는 경우도 있지만 예산 배분 순위에서 밀려 중단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B사 업무팀 K부장은 요즘 지자체에 수금 독촉전화를 하느라 바쁘다. 그는 “일 한만큼이라도 기성금을 달라고 하면 ‘예산이 바닥났다’고 수금을 안해준다”면서 “발주처라 고발할 수도 없고 답답하다”고 말했다.

　C사의 경우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 회사도 전체 사업의 20% 가량이 중단됐다. C사 회장은 “지자체들이 당장 치적 쌓기에 좋은 복지예산에는 돈을 아끼지 않으면서 SOC 분야는 맨 나중으로 미뤄두는 것 같다”며 “내년 선거철을 앞두고 더 심해졌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로 인해 엔지니어링사들의 경영난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A사 사장은 “지자체에선 매번 ‘나중에 사업을 재개하면 주겠다’, ‘내년 설 때 주겠다’고 하는데 그 때까지 멀쩡히 살아남을 기업이 몇이나 될지 모를만큼 요즘 업체들 사정이 어렵다”고 전했다. 

　실제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는 건설엔지니어링 업계는 올 들어 20% 가량의 인력 조정을 단행한 상태다. 자금난이 심해지는 연말에는 또 한차례 구조조정이 예고돼 있다.

　변근주 연세대 명예교수(글로벌인프라포럼 공동대표)는 “정당한 사유 없는 공사 중단은 국고 낭비일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수혜자인 주민들의 피해를 키우는 것”이라며 “가뜩이나 재정 자립도가 낮은 지자체들이 지역 기업을 고사시키는 공사 중단 남발은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선생각 앞선신문 건설경제-2011.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