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개발 등 중견 건설사들이 부동산경기 장기 침체에 따른 유동성 악화로 잇따라 무너지면서 건설업계에 세밑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모기업 지원이나 자구 노력으로 불황을 버텨내던 건설사들이 이젠 체력 고갈로 한계를 호소하고 있어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대림산업은 시공능력평가 순위 38위의 계열사 고려개발이 유동성 고갈로 워크아웃(채권단 공동관리)을 신청했다고 1일 밝혔다. 

고려개발은 용인 성복지구 등 미착공 사업지에 대한 높은 이자비용에다 신용등급 하락에 따른 선수금 축소·미수금 회수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고려개발 정상화를 위해 철구사업소 등 1558억원 자산매각 지원과 올해 자산담보부 대여 형태로 2000억원의 자금 지원 등 총 3808억원을 지원했다”면서 “그러나 용인성복지구 프로젝트파이낸싱(PF) 채권 금리 감면과 3년 만기 연장 합의에 실패, 워크아웃을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중견 건설사가 쓰러진 것은 지난달 17일 임광토건(시평 순위 40위)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지 2주일 만이다. 이에 따라 100대 건설사 가운데 법정관리 또는 워크아웃에 들어간 업체는 모두 25개로 늘었다.

고려개발은 임광토건과 마찬가지로 주력 사업인 토목공사 발주가 줄어들자 주택사업으로 눈을 돌리다가 PF리스크에 발목이 잡힌 것으로 분석된다.

중견 건설사들이 금융권의 이자 비용을 버텨내는 데 이제 한계에 달했다고 호소한다. 시장 침체로 몇년째 분양을 못하면서 자산매각 등으로 번 돈으로 이자 비용을 지출해왔다. 

용인 성복 사업장의 경우 2007년 10월부터 4년 동안 PF금액 3600억원에 대해 이자비용으로 총 1050억원을 썼다. 대한건설협회 조사에 따르면 올 상반기 상장 건설사 절반이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기도 버거운 심각한 상황이다. 

업계는 올들어 건설사들이 강도높은 구조조정과 자구노력을 기울이는 데도 금융권이 자금줄을 죄고 있어 이대로라면 법정관리나 워크아웃을 받는 회사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건설사 관계자는 “수도권 미분양 비중이 높은 가운데 건설사 PF우발채무는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면서 “수도권에 PF사업장을 가진 건설사들 상당수가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업계도 금융당국의 자산 건전성 감독이 강화되면서 건설사 사정만 봐줄수만은 없는 실정이라고 설명한다. 은행 관계자는 “이자가 연체된 사업장은 부실사업장이 돼 충당금을 많이 쌓아야하는데다 부실채권은 가급적 정리하라는 게 금융당국의 권고사항이어서 운신의 폭이 좁다”고 말했다. 



〈앞선생각 앞선신문 건설경제-2011.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