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수립 내년으로 미루는 업체 속출 


　건설사들이 내년 도시정비 부문 사업계획 수립에 애를 먹고 있다.

　최대 관심지역인 서울지역의 수주환경이 어떻게 변할지 가늠할 수 없는 데다 리모델링 활성화 대책의 국회 통과 여부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1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내년도 도시정비 부문 사업계획 수립을 내년으로 미루는 건설사가 속출하고 있다.

　보통 11월 중에 수주목표 및 영업 대상 사업군을 설정하고, 12월 중순까지 목표달성방안 및 세부전략을 도출한다.

　하지만 올해는 예년처럼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회사 전체의 경영목표와 타 부서와의 형평성 때문에라도 이달 중 목표치를 내놓아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A건설은 연말까지는 일단 2~3가지 시장전망과 예측치를 내놓고, 구체적인 목표와 전략은 내년 초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대다수 건설사가 올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지난해 수립한 사업계획을 대대적으로 수정했다.

　특히 수주목표에 대해서는 수천억원에서 최대 1조원까지 하향조정했다.

　A건설사 관계자는 “담당자 입장에서 수주목표를 하향조정한다는 것은, 새로운 계획을 세우는 것보다 더 부담스러운 작업”이라며 “내년에도 이런 일이 반복될까 걱정스럽다”고 전했다.

　업계가 이처럼 사업계획 수립에 난항을 겪고 있는 이유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가장 큰 원인은 서울시내 재건축·재개발 시장의 불확실성이다.

　공공관리제가 시행된지 1년이 훌쩍 지났지만, 앞으로 어떤 사업구역에서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을지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게다가 서울시가 제시한 표준계약서를 적용했을 때, 건설사에 어느 정도의 실득이 생길지도 판단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B건설 관계자는 “공공관리제 및 표준계약서 적용 시범구역인 고덕주공2단지 재건축사업이라도 본궤도에 올랐다면 판단의 근거가 생길텐데, 그마저도 지연되고 있어 도무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이렇다보니 각 업체의 내년도 수주목표 등 사업계획은 올해보다 더 보수적인 경향을 보일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수주목표치를 높게 설정했다가 하향조정하는 것보다는 안전하게 접근한 후 목표치를 상향조정하는 타이밍을 노리는 게 낫다는 뜻이다.

　C건설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 이후 지방 부동산시장이 호조세를 보이고 있지만 정비사업은 짧게는 3~4년, 길게는 7~8년 걸릴 수도 있기 때문에 지방 사업장에 대해서도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며 “대다수의 업체가 목표는 보수적으로, 영업은 공격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리모델링 사업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사업 일정처럼 건설사 리모델링팀도 11월 중으로 내년 수주목표액을 설정하고 12월에는 세부전략을 세운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수직증축과 가구수 증가 허용을 골자로 한 ‘리모델링 활성화 대책’의 향방이 아직까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D건설 리모델링 팀장은 “수직증축과 가구수 증가가 허용 또는 불허로 확실히 결판났다면 이에 맞춰 내년 계획을 세우겠지만 여전히 안갯속을 걷고 있는 상황이라 손을 놓고 있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현재 D건설사는 지난해 수주목표액의 약 20%인 1200억여원을 2012년 목표로 수립하고 리모델링 활성화 대책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활성화 대책 존폐 여부에 따라 세부전략을 작성하겠다는 판단이다.

　B건설과 E건설 리모델링팀도 아직 아무런 계획을 세우지 않고 있다. 특히 B건설사는 수주목표액 전망치도 내놓지 않았다. D건설사와 마찬가지로 활성화 대책 결론을 지켜보고 12월 중순부터 사업계획 작성에 들어갈 예정이다.

　E건설 리모델링팀장은 “올해 초부터 시작된 활성화 대책 논의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여러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며 “시장 침체와 더불어 내년 사업수립 어려움까지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앞선생각 앞선신문 건설경제-2011.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