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플랜트업계의 ‘탈중동 수주전략’이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주력시장인 중동에서 벗어나 선진국인 북미는 물론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지로 시장을 넓히고 있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전기술과 경남기업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은 최근 다국적 에너지기업인 엑스트라타 알로이스가 발주한 남아공 레세디 화력발전소 건설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first-ranked bid)’로 선정됐다. 4억5000달러 규모의 이 프로젝트는 남아공 북동부 음푸말랑가 인근에 300MW급 석탄 화력발전소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수주가 최종 확정되면 유럽기업이 상대적으로 강한 남아공 발전플랜트 시장에 한국 기업의 첫 진출사례가 된다. 주익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전기술은 이번 수주로 설계(E)기업에서 종합엔지니어링기업(EPC)기업으로 성장하는 계기를 맞는다”며 “앞으로 원전을 포함한 아프리카 발전시장에 진출하는 교두보도 확보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플랜트 엔지니어링 분야의 선진국으로 꼽히는 미국에도 발을 들여놓았다. 삼성엔지니어링은 미국 다우케미칼이 발주한 염소와 가성소다 생산설비에 대한 초기작업지시서(INTP)를 수령했다고 3일 공시했다. INTP계약규모는 40억원, 본 사업 규모는 4억1000만달러다. 삼성물산도 캐나다에서 8조원 규모의 신재생 발전플랜트를 수주하며 북미지역에 처음으로 진출했다. 미국 플랜트시장은 지난해 기준 600억달러 이상의 거대 시장이지만 북미와 유럽업체가 지배해 일본을 제외하고 아시아업체 진출이 미미하다. 북미시장은 가격보다 품질을 중시하는 덕에 일단 진입하면 과당 경쟁에 따른 이익 훼손 가능성이 낮다는 장점이 있다. 금융위기 충격에서 벗어나 높은 경제성장을 보이는 중남미에선 SK건설과 포스코건설이 수주에 성공하며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이 같은 시장 다변화는 중동지역 유화 플랜트시장의 경쟁 심화와 경기 둔화에 대비하기 위한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선제 투자된 설비의 본격 가동으로 신증설 규모가 감소하면서 호황을 누리던 중동발 유화플랜트의 발주 규모가 감소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올해 한국업체의 중동 플랜트시장 점유율이 30%에 이를 정도로 국내업계의 중동 의존도가 높다. 전용기 현대증권 연구원은 “북미는 법과 감리가 다르고 현지 정부와의 관계 구축도 어려워 플랜트 신시장 개척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면서 “그러나 일단 시장 진입에 성공하면 기술력을 인정받아 세계시장 점유율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div align=right> - 건설경제신문(10.11.09) -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