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건설업계가 해외 수주에 총력을 기울이지만 금융 지원에 나서야할 은행들은 뒷짐을 지고 있다.  국내 은행들이 해외 수주 관련 대출에 손놓은 사이 외국계 은행이 이 시장을 싹쓸이하며 큰 돈을 벌고 있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융을 연계해 해외 수주에 나서는 건설사들이 늘고 있다. 프로젝트 규모가 대형화되고 재정 여력이 취약한 신흥국 발주가 늘면서 현지 발주처들이 건설업계에 금융조달까지 해올 것을 요구하고 있어서다. 금융조건이 좋을수록 수주에 유리한 위치를 차지한다. 때문에 국내 양대 ECA(수출입금융기관)인 수출입은행은 직접 대출로, 무역보험공사는 대출보증을 해줌으로써 수주를 지원하고 있다. 상업은행들이 돈떼일 염려없이 사업비를 대출해 주도록 무역보험공사가 보증을 서는 것이다. 그런데 이 해외 대출시장을 BNP파리바 스탠다드차터드 ING은행 등 외국계가 휩쓸고 있다. 국내 은행이 금융을 제공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고 건설업계는 말한다. 일본 건설업계나 종합상사가 해외로 나가면 일본 금융기관이 짝을 이뤄 지원하는 것과 대조를 이룬다. 

국내 은행들은 외화자금 조달 측면에서 외국계은행에 비해 불리해 이 금융 시장 진출이 힘들다고 항변한다. 한 은행 관계자는 “플랜트건설이나 사회간접자본(SOC) 특성상 해외에서 10~20년의 장기 외화를 차입해 빌려줘야하는데 신용도가 높은 외국계은행과 조달 금리면에서 경쟁이 안된다”고 말했다.그러나 건설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조달금리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 외에 국내 은행의 지나친 위험회피 성향이 외국계은행에 해외 프로젝트파이낸싱(PF)금융을 내주는 데 한몫했다는 것이다. 무역보험공사는 대출금의 95%만 보증해준다. 나머지 5%는 대출자가 미회수 위험을 지게 된다. 한 건설사 해외금융 담당 부장은 “외국계 은행은 프로젝트 사업성이 좋으면 이 5% 위험을 감수하고 대출에 나선다”면서 “그러나 국내 은행들은 보증 한도내에서만 안정적으로 대출해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우리 은행들이 투자 위험을 기피하고 안전자산만을 선호하면서 해외PF시장을 외면했다는 얘기다. 국내 은행들의 이런 취약한 금융경쟁력은  해외 업체와  격한 경쟁에 처한 국내 건설업계의 수주 운신의 폭을  줄인다.한 건설사 관계자는 “외국계 은행은 우리 업체가 자국 업체와 경쟁할 때 자국기업 수주지원을 우선시하는 등 이해가 엇갈릴 때가 있다”면서 “우리 은행들도 업계 수준의 금융분야 경쟁력 확보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터키 원전수출을 위한 정부간 협약(IGA)이 결렬된 것도 해외 대형PF거래를 해본적이 없는 우리 금융권의 후진적 경쟁력도 한 원인으로 꼽힌다.

은행들은 이 분야 경험이 부족한 만큼 무역보험공사 등이 보증 때 국내 은행들의 참여기회를 늘려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이에 대해 공사 관계자는 “보증 수혜업체들이 유리한 조건의 금융을 선택할 일이지 국내은행만 이용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div align=right> - 건설경제신문(10.11.16) -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