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건설업 등록기준 실태조사 앞두고 현금쌓기 전쟁 

때이른 한파 만큼이나 중소 건설사들의 현금창고가 꽁꽁 얼어붙었다. 
매년 이맘 때 진행되는 건설업 등록기준 실태조사를 앞두고 영세 건설사들이 자본금 기준을 맞추기 위해 현금이 있어도 쓸 수 없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더구나 올해는 수주가뭄이 극심해 현금창고가 텅 빈 데다 내년부터 더욱 엄격해지는 실질자본 기준을 맞추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해 현금을 구하느라 시름이 더 깊어지고 있다.경기도에서 연간 매출 80억원대의 종합건설사(토목건축)를 운영 중인 J사장. 요즘 그는 현금 조달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내년 말 등록기준 실태조사의 기준일인 올해 12월 31일에 맞춰 실질자본금 12억원을 채워놔야 하기 때문이다. 이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영업정지(6개월) 또는 등록이 말소될 수도 있다. 

　J사장은 “예전엔 찬바람이 불면 쏟아지는 발주 물량 덕에 자금난을 해소할 수 있었는데 올해는 경기도에서 입찰이 하루 1~2건 밖에 안나온다”며 “매일 사채(월 이자율 3.5% 수준)를 쓰라는 팩스가 날아오지만 아파트 담보와 지인을 통해 돈을 조달하며 근근히 버티고 있다”고 토로했다.경남지역의 한 중소 건설사 임원인 S씨는 “현금을 제아무리 많이 가지고 있어도 예금이 아니면 전체의 2%(2/100)밖에 실질자본금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며 “100억원이 있어도 2억원 밖에 인정 못받으니 나머지 98억원은 묶인 돈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현재 종합건설업체로 등록하려면 토목건축공사업(법인)의 경우 실질자본금 12억원 이상을 보유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에선 허위·부실업체를 걸려내기 위해 매년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해마다 11월께 실태조사를 통해 전년말 재무제표 등을 보고 등록기준 미달업체를 선별하는 것이다. 이러다보니 중소·영세업체들은 이 기준을 맞추기 위해 연말이면 현금을 찾아 때아닌 전쟁을 치른다. 
거기다 내년 실태조사부터 적용되는 새 건설업관리지침의 평가대상이 올해 연말 기준인 만큼 깐깐해진 새 기준에 맞추느라 업체들이 더욱 바빠졌다. 개정안은 건설업 등록기준 중 자본금에 대한 실질자본금의 심사기준을 더욱 엄격히 한 것이 특징이다. 100분의 1(현행 100분의 2)을 초과하는 현금은 부실자산으로 간주하고, 예금의 경우 60일(현행 30일)간 거래실적증명을 해야 실질자산으로 인정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감사원 감사에서 ‘건설업 부실업체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라’는 지적에 따라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 등 부실업체를 걸러내기 위해 기준을 더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요즘처럼 어려운 시기에 평가기준을 강화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여론도 만만찮다. 한 중견업체 임원은 “올해처럼 물량난이 심할 때는 중소·영세 건설사들이 이 정도 기준을 맞추기도 꽤 벅찰 것”이라며 “페이퍼컴퍼니는 근절돼야 하지만 선량한 소규모 업체들까지 철퇴를 맞아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div align=right> - 건설경제신문(10.11.01) -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