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주처·하도급업체와 마찰음…재부실화 우려 


　#1. 얼마전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간 건설사의 보증사고 현장을 이어받은 A건설은 요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신규공사 발주가 급감한 가운데 물량 확보를 위해 뛰어든 보증사고 현장에서 예상치 못한 돌발변수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입찰 당시 눈에 띄지 않았던 미불채권이 발생하는가 하면 종전 건설사와 계약을 맺은 하도급업체와도 마찰음이 일고 있어 공사에 적지 않은 차질을 빚고 있다.#2. 수도권의 한 민간투자사업 현장에 공동도급사로 참여한 B건설도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대표사가 워크아웃 절차를 밟게 되면서 대표사의 지분을 승계해 공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재무적투자자(FI)들이 자금조달을 거부하는 탓에 공사 중단 위기에 놓여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주무관청은 공기를 맞추기 위해 공사를 서두르라며 건설사를 채근하고 있다.건설업계에 구조조정 칼바람이 불어닥친 이후 사고현장이 늘고 있는 가운데 이들 현장이 독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물량난이 갈수록 심화되면서 법정관리나 워크아웃에 돌입한 건설사의 지분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받아 수행한 건설사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안하느니만 못한 결과를 낳고 있기 때문이다.

　보증사고에서 민간투자사업까지 이같은 사례들이 곳곳에서 나타나면서 사고현장에서 또다시 사고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특히 이들 현장에서는 지분을 승계한 건설사와 발주처 또는 주무관청 간 보이지 않는 갈등이 감지되고 있다.보증사고 현장의 경우 건설경기 침체 탓에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시공이윤 보다는 물량 확보를 위해 발을 들여놓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공사 진행 과정에서 입찰 때 보이지 않던 미불채권 등이 발생하면서 건설사의 손실이 우려되고 있다.입찰 전 짧은 기간 동안 건설사가 잠재 리스크를 모두 파악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발주처인 건설공제조합이 미불채권을 제대로 해결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입찰을 집행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입찰조건을 수용한다는 조건으로 현장을 승계한 건설사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리스크를 떠안는 수밖에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다.민간투자사업 현장에서도 주무관청들은 대표사의 중도 이탈로 악화된 공사여건은 외면한 채 공사 진행만 재촉하고 있는 실정이다.

　FI들이 협약 변경 등을 내세워 재원조달을 중단한 사례가 발생하고 있지만 주무관청은 아랑곳하지 않고 공기를 맞추는 데 급급해 하는 모습이다.　하도급업체와의 마찰도 건설사들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종전 건설사와 계약했던 하도급업체가 지분을 승계한 건설사와 계약조건 등을 둘러싸고 의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공사 지연이 불가피한 경우가 적지 않다.이에 따라 이들 건설사는 직간접비용 증가 등으로 적자 우려가 커져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고현장의 여건이 갈수록 악화되면서 지분을 승계한 건설사도 부실화될 수 있다”며 “모든 책임을 건설사의 몫으로 돌릴 게 아니라 발주처와 주무관청이 사고현장의 정상화에 보다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div align=right> - 건설경제신문(10.09.08) -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