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개 현장 소송 홍역 앓아… 실질적인 제도 마련 필요 


　재개발 사업 진행에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최근 조합설립 무효 판결이 떨어진 왕십리뉴타운 1구역을 비롯한 여러 재개발 현장이 소송 홍역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이같은 현상은 재개발ㆍ뉴타운 사업이 몰려 있는 서울지역을 비롯해 경기지역 뉴타운, 부산 재개발 지구 등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26일 부동산업계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 따르면 전국 100여곳 재개발ㆍ뉴타운 현장이 소송에 걸려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00여 건의 소송 중 조합설립 무효건이 가장 많은 수를 차지했다. 그리고 관리처분계획 무효와 사업시행인가 취소 등도 소송 발생이유로 확인됐다.현재 가장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는 곳은 서울지역 뉴타운이다. 30여 곳 이상의 현장이 소송에 걸려 있다. 이 역시 조합설립 무효건이 가장 많다.
동대문구 이문ㆍ휘경뉴타운에서는 이문1구역과 휘경3구역이, 전농뉴타운에서는 7구역과 11구역이, 서대문구 북아현뉴타운에서는 1-2, 1-3, 3구역이 분쟁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밖에 영등포구 신길뉴타운12구역과 중구 신당뉴타운7구역도 소송절차를 밟고 있는 지역이다.

　전부 조합설립 무효로 재판이 시작됐다.

　왕십리뉴타운1구역과 금호19구역 등은 1심에서 조합설립 무효 판결을 받았지만 피고(조합과 지자체) 측이 항소를 준비하고 있어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재개발 추진지구도 만만치 않게 많은 소송을 안고 있다.
도봉구 도봉2구역과 용산구 효창4구역 등도 원고와 피고 측이 첨예하게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서울이외 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경기 부천시 원미뉴타운과 안양시 만안뉴타운, 구리시 인창동 재개발지구, 부산시 사하구 감천2구역 등도 각종 소송으로 사업진행에 차질을 빚고 있는 지역이다.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재판보다 업무정지 가처분 결정이 사업 진행을 더욱 힘들게 한다고 입을 모았다.왕십리뉴타운1구역에 참여하고 있는 한 건설사 관계자는 “재판결과가 나오더라도 사업일정은 큰 변경없이 진행할 수 있다”며 “그러나 업무정지 가처분 결정이 떨어지면 모든 사업을 중단하고 조합설립 추진 단계 이전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조합설립 절차에 문제가 있었으니, 진행 중인 모든 과정을 멈추고 조합설립을 위한 주민동의부터 다시 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그만큼 사업완료 시점이 늦어진다는 것이다.
현재 서울 성동구 금호13구역과 15구역 등은 업무가 정지된 상태다. 같은지역 옥수13구역은 가처분 소송에 휘말려 있다.한편 조합설립 무효 판결을 받은 왕십리뉴타운 1구역은 계획대로 분양일정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업무정지 가처분결정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는 3월 분양과 착공이 동시에 계획돼 있다. 현재는 지난해 3월부터 시작된 주민이주와 철거가 90%가량 진행된 상황이다.
이 구역 시공사로는 현대산업개발과 GS건설(시공지분 각각 30%),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대림산업(시공지분 각각 30%)이 참여하고 있다.

　
　/그 이유는?
　이처럼 재개발ㆍ뉴타운 사업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것은 재개발 진행과정 투명성이 담보되지 않고 개발 후 효과에 대한 회의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원주민 재입주율이 현저히 낮다는 것도 한 몫 하고 있다. 실제 1기 뉴타운 중 하나인 은평뉴타운의 경우, 원주민 재입주율이 30%를 밑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남은경 경실련 부장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재개발ㆍ뉴타운 사업 대부분은 시작 초기부터 각종 시비와 논란에 휩쌓이는 경우가 많다”며 “이는 실제적 첫 단계인 조합설립부터 명확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조합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일부 반대하는 이들에게 사업비를 명확하게 알려주지 않고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도 아무런 제재수단이 없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때문에 진행 중간단계에서 소송발생 등과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는 게 남 부장의 의견이다.
　조합설립과 시공사 선정 무효 소송을 진행 중인 이문ㆍ휘경뉴타운 휘경3구역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당초 조합에서 실제 사업비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은 채 사업을 진행했다”며 “보상은 실거래가의 절반 수준인데 추가부담금이 가구당 최소 1억5000만원 이상인 사실이 드러나면서인 갈등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소송대립을 겪고 있는 재개발ㆍ뉴타운 사업지 대부분이 비슷한 이유로 갈등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안은?
　현재 ‘공공관리자제도’가 가장 강력히 추진되고 있는 대안이다.
　추진위원회 단계부터 지자체가 개입해 부작용 발생 가능성을 최대한 줄이고 투명하게 진행하겠다는 것이 이 제도의 취지다.
　경실련도 재개발ㆍ뉴타운 사업이 ‘투명한 도시정비사업’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공공관리자제가 확대, 시행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공공관리자제는 지자체의 도움을 받아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취지로 마련된 것인데, 주민들의 독자 추진은 현재 여건상 힘들다”며 “실질적인 대안이 되기 위해서는 공공과 민간건설사가 동시에 진행해나가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모든 재개발ㆍ뉴타운 사업에 비리가 개입돼 있다는 시각으로 공공관리자제가 시작된 것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div align=right> - 건설경제신문(10.01.28) -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