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 뿌리 못내리는 고용보험 


<글싣는 순서>　

1. 근로자 울리는 고용보험 

2. ‘유령의 근로자’도 보험 대상 

3. 끊이지 않는 납부 주체 논란 

　 

　지난해 건설기업들이 납부한 고용보험료는 2150억원이다. 혜택은 633억원(수혜율 29.4%)에 그쳤다. 건설 현장의 수혜율은 10%에도 못 미친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수혜율이 77.6%에 달한 것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다. 근로자나 사업주가 보험 가입을 꺼릴 수밖에 없다는 항변이 허투루만 들리지 않는다. 보험료를 내고도 근로내역신고를 안 해 혜택을 받지 못하는 상황까지 발생한다. 고용보험이 사회안전망으로서의 제구실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근로자는 불안하기만 하다. 최근에는 14년 동안 원도급사와 하도급사로부터 고용보험료를 이중으로 징수 당하는 사례도 드러나는 등 제도적 허점이 노출하기도 했다. 사각지대에 놓인 건설현장의 고용보험 문제를 3회에 걸쳐 진단한다.

　건설사는 보험료 냈는데 근로자는 수혜대상서 제외 

원천징수제도 뿌리 못 내려 징수체계 불투명
건설현장 고용보험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건설사들의 일용직 근로자 고용보험 관리 과정에서 발생한다. 뿌리 깊은 관행 탓에 기존 40대 이상의 건설 일용직 근로자들은 “4대 보험료(고용보험 포함), 세금 떼면 일하지 않겠다”고 버티기 일쑤다. 젊은 피 수혈이 타 업종에 비해 늦은 건설현장이라 이들의 입김이 막강하다. 건설현장 노무담당자들도 여기서 곤란을 느낀다. 업계 관계자는 “근로자 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에 정해진 기간 동안 공사를 해야 하는데 근로자가 버티면 어쩔 수 없다”고 토로한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자 건설사가 어쩔 수 없이 4대 보험료 납부를 회피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보험료 납부액에 비해 턱없이 낮은 혜택은 제쳐놓고라도 4대보험료 근로자부담분 원천공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건설사에 지워지는 재정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정부도 이 때문에 전자카드제도를 도입한 현장에 노무관리자 인건비 지원까지 하고 있지만 투자비용 대비 결과는 크게 미흡한 실정이다. 대일노무법인 민준표 팀장은 “하루하루가 빠듯한 그들에게 소액이라 하더라도 4대 보험료, 세금 등의 원천공제를 강제하는 것은 현명한 처사가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 보험료 내고도 근로내역신고 안 해 혜택 못 받아 

　　원천징수제도가 건설현장에 자리를 잡지 못하자 고용보험 징수체계도 흔들리고 있다. 대다수 건설현장이 근로자들의 요구를 수용해 원천징수를 포기한 후 근로내역신고조차 누락하는 경우까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건설사가 일용직 근로자를 고용하면 두 번의 신고과정을 거쳐야 한다. 우선 국세청에 인건비신고(지급조서 신고)를 하고 고용지원센터에 근로내역신고를 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 건설현장이 세무사 사무실에 일용직 노임대장을 넘긴 것으로 근로내역신고까지 마쳤다고 혼동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4대보험 주관기관이 고용지원센터, 근로복지공단, 건강연금공단, 국세청 등으로 나뉘어 건설사 경리담당자조차 헷갈리는 것이다.고용보험료 납부에 따른 혜택을 보기 위해서는 근로내역신고가 필수다. 건설사가 설사 근로자 임금에서 원천징수를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사업주 부분의 보험료는 납부하게 돼 있다. 이는 근로내역신고를 누락하든 하지 않든 마찬가지다. 건설사가 인건비 부분으로 국세청에 세금내역을 신고하는 과정에서 보험료가 자동 계산돼 부과된다. 때문에 건설사가 고용보험 신청을 하지 않더라도 보험료는 거의 대부분 납부한다고 간주해도 된다. 문제는 이렇게 사업주가 돈을 내고도 근로내역을 신고하지 않아 정작 근로자가 고용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일용직 근로자는 근로내역신고만 해도 하루 단위로 피보험자격 취득 및 상실, 이직 신고를 한 것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피보험자격은 근로자가 실업급여를 받는 데 필수요건이다. 상시적인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일용직 근로자가 복잡한 행정절차 및 건설사의 혼동으로 인해 정작 실업급여 혜택을 받지 못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4대보험 각각 업무의 신고기간이 상이하고 가입신고는 매월 하는데 보험료 납부 신고는 1년에 한 번 하거나 다음달에 납부하는 등 기간이 달라 사업장이 혼동을 겪고 있다”며 “고용보험 등 4대보험 주관처를 통합하고 절차만 간소화해도 10% 안팎인 일용직 근로자들의 보험료 수혜율이 높아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div align=right> - 건설경제신문(10.02.04) -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