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진정되더라도…글로벌 건설시장에 ‘후폭풍’

중국산 의존도 높아 사태 종료 후 국내 건설업계 피해 본격화 분석

일부기업 ‘시나리오별 대비’ 분주…美선 이미 자재조달 차질, 가격 오름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건설현장의 글로벌 공급망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세계 건설업계는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 이후 건설시장의 자재가격 폭등과 수급 불균형을 우려하는 모양새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에서 재난이 발생했을 때 국내 건설산업에 실질적 피해가 발생할 위험성이 수면 위로 부각됐다.

2일 건설업계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건설시장의 공사비용 인상과 공기 지연에 대한 우려가 증가하고 있다. 국내 일부 건설사들은 중장기 자재 수급 예상 시나리오를 작성해 임원회의에서 공유했다.

현재까지는 중국과 직접 관련된 사업을 중심으로 피해가 한정되지만, 중국 의존도가 높은 자재 공급망이 흔들리면 코로나 사태 종료 이후 건설업계의 피해가 본격화될 것이란 분석에서다.

이미 미국에서는 중국발 글로벌 공급망 붕괴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2월 중순 이후 반복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닷지데이터앤드애널리틱스의 수석 경제학자 리처드 브랜치는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중국산 자재 수급에 문제가 생기면 미국 건설사업에서의 공사비용 상승 및 공기 지연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재 미국에 수입되는 건축자재의 30%는 중국산으로, 미국 내 유통되는 건축자재를 공급하는 국가 중 최대 규모를 차지한다.

미국에서는 이미 건축자재 가격 상승의 움직임이 포착됐다. 건설비용컨설턴트 커밍(Cumming)의 다니엘 폼프렛 부사장은 “구리, 알루미늄 등 품목에서 가격 상승 조짐이 나타났다”며 “철강은 공급과잉으로 상승 조짐은 없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 중국에서 건설 수요가 갑자기 늘어날 경우 예측하지 못할 정도의 속도로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 건설업체인 에이컴(AECOM)과 플루어(Fluor), 렌드리즈(Lendlease) 등은 기업의 직접적 피해를 우려하며 투자자를 안심시키는 데 바쁜 모습이다.

에이컴 측은 최근 투자자 설명회에서 “아무도 이 일(코로나19 사태)이 얼마나 오래갈 지 예측할 수 없지만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대응 중”이라고 강조하며 투자자들을 안심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는 이미 현실화됐다.

미국 도시 남서부 해안가에서 대규모 복합개발사업을 진행 중인 호프먼앤드어소시에이트는 코로나 사태로 항구에 자재가 묶이며 사업 진행에 차질을 겪고 있다.

중국산 자재 의존도가 높은 모듈러업계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는 중이다. 미국의 모듈러 선두주자인 풀스타크는 중국 외에 말레이시아, 터키, 태국 등으로 공급처 다변화에 나섰다.

시행사와 금융사들 역시 중국산 자재 공급 차질에 따른 공사일정 변경에 대비하고 있다. 미국 내 매리엇 호텔 사업에 건설자금을 대고 있는 아바나캐피털은 엄격해진 검역조치로 지연되는 중국산 자재의 현장 도달 시간(약 3주)을 줄이기 위해 정부 등에 로비를 진행 중이라고 현지 언론에 밝히기도 했다.

코로나 사태의 직접 피해국인 국내에서는 아직 코로나 이후의 자재 공급 시장에 크게 주의를 기울이지 못하는 상태다. 그럼에도 일부 건설사에서는 자재 조달 지연과 가격 상승에 대한 시나리오 작성에 분주하다.

일단 철강 쪽의 가격 상승 부담은 적은 상황이다. 코로나 사태로 경기가 위축되며 중국산 5대 강재(열연·냉연·후판·철근·선재)의 수요가 급감하고 재고가 폭증하며 가격 하락이 가시화된 탓이다.

하지만, 검역 강화와 원자재ㆍ중간재 수급 불균형으로 인한 기타 자재 조달 지연에 따른 공사비용 상승에 대한 우려는 크다.

주택사업 비중이 높은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공공공사의 경우는 외산 자재가 지정된 상태여서 위험이 적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민간 건축사업은 대리석부터 합판 등 중국산 자재 의존도가 상당히 높은 상황이어서 중국 내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면 비용 증가 위험이 크다”며 “문제는 코로나 사태에 따른 자재 공급 불안으로 인한 간접적 비용 상승에 대한 것은 법적으로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기 어려워 시공사가 피해를 떠안을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대형건설사 임원은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세계의 공장인 중국이 흔들릴 경우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산업적 피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며 “국내 건설사 입장에서는 자재 공급처 다변화 및 관리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 최초의 사례일 것”이라고 전했다.

 

최지희기자 jh606@

〈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2020.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