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이동형 병원’추경 시급



감염증의 진화, 피괴력 가늠 안돼

“지금 실행 안하면 더 큰 재난 우려”

2년 전 무산된 건립사업, 이번엔 꼭 실행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에 대응하는 11조7000억원짜리 ‘수퍼 추경(추가경정예산)’에 대한 국회 심의가 이번주부터 본격화된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6일 “추경의 생명은 적시성”이라며 “다음주(9∼13일)에는 반드시 국회에서 통과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미래통합당은 ‘총론 찬성, 각론 반대’다. 이종배 통합당 예산결산특위 간사는 “코로나19 직접 대응 예산이 0.7%에 불과한 3무(無) 졸속추경”이라며 “감염병 전문병원, 음압병실 확충 등 감염병 확산 방지 예산은 800억원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2월 임시국회가 끝나는 오는 17일까지 추경안을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추경안에 대해 “신종 감염증에 대응하기 위한 ‘신종 대책’이 없다”고 지적한다. ‘병원 내 감염’에 국한됐던 메르스(MERS)와 달리 코로나19는 ‘지역 감염’으로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최대 격전지인 대구ㆍ경북에선 2000명 이상이 입원 병실이 없어 집에서 대기 중이다. 초기 사망자의 상당수는 확진 판정을 받고도 제때 치료를 받지 못했다. 이미 5년 전 메르스 사망자(39명)를 넘어섰다. 새로운 방식의 전염병 대응체계가 필요하지만 현 추경안으론 역부족이라는 비판이다.

‘한국형 응급환자 분류도구(KTAS)’ 개발을 주도한 임태호 한양대 응급의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사태는 중증-경증 환자 분류체계와 그에 따른 신속한 의료자원 지원시스템의 미비가 부른 참사”라며 “1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재난병원(이동형 병원)이 준비돼 있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동형 병원’ 프로젝트는 번번이 좌절됐다. 한국은 국토가 좁아서 1시간 내 거점병원으로 옮기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코로나19 전체 확진자의 90%, 사망자의 95%가 1시간 권역인 대구ㆍ경북에서 나왔다. 전국 29개 국가지정 격리병상(거점병원)과 66개 재난의료지원팀은 제 역할을 못했다. 대구ㆍ경북 환자를 타 지역으로 옮기는 대신 타 지역의 의료진과 병실을 대구ㆍ경북으로 옮겨와야 했다. 병원과 독립된 장소에서 ‘시료 채취→진단→확진→격리치료ㆍ이송’을 수행할 수 있는 독립된 이동형 병원이 시급해졌다. 컨테이너 박스와 텐트로 임시병원을 만들고, 주변 연수원 등을 임시병실로 쓰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이동형 병원은 이미 4년 전 정부가 예비타당성조사를 검토했고, 2년 전인 2018년에는 부처 합동 연구과제로 제안됐다. 공교롭게도 제안기관이 코로나19의 최대 피해지역인 대구의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이다.

당시 보고서는 2003년 사스(SARS),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MERS) 등 대규모 감염병 사태와 같은 특수재난에 대비한 ‘한국형 이동형 병원’을 제안했다. 재단 연구진은 “그간 국내 신종 및 재출현 감염병 발생 시 미숙한 초기대응으로 감염자 확산을 막지 못했다”며 기존 병원과 독립된 이동형 병원 구축을 주문했다. 평소에는 이동형 병원을 쪼개서 각 병원 응급실과 연계해 활용하고, 재난이 발생하면 재난 현장이나 감염병 유입거점(공항, 항만)에서 복합 구조체로 운영하자는 운영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반면, 당시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메르스 사태 이후 권역응급의료센터 중심의 음압시설을 확충해 이동병원을 통한 감염병 대응 필요성이 낮다”며 반대했다.

박상우 스마트모듈러포럼 회장(고려대 공학대학원 석좌교수)은 “경주ㆍ포항 지진, 속초 산불 등 대규모 재난 때마다 재난대비시설 구축을 검토만 하고 실행하지 않았다”며 “이번에는 반드시 추경에 이동형병원처럼 재난대응시설 구축 예산을 반영해야 한다. 이번에도 기회를 놓치면 앞으로 더 큰 재난을 맞닥뜨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형기자 kth@

〈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2020.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