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년 배럴당 100달러를 기록했던 두바이유가 2016년 20달러대로 내려앉았다. 중동 산유국은 재정이 부족해지자 플랜트 발주 일정을 중단했다. 중국 경기침체까지 동반되면서 원자재 수입까지 차단됐다. 건설시장은 직격탄을 맞았다. 600억달러의 수주고를 올렸던 국내 건설사들의 연간 해외 수주액은 3분의 1토막이 났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촉발된 석유 가격전쟁의 후폭풍이었다.

2016년의 석유전쟁 공포가 재현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사우디의 원유 증산과 맞물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까지 확산하면서 유가급락 여파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연초 연이은 대형 플랜트 수주로 기대감이 커졌던 해외건설 시장에는 전년에 이어 또 다시 한파가 들이닥칠지 모른다는 우려가 팽배해졌다.

10일 해외건설업계에 따르면 두바이유는 9일 기준 배럴당 36.26달러를 기록해 전일 대비 20.67% 대폭락했다.

이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산유국들의 감산 논의가 틀어진데 따른 영향이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원유 수요가 감소하자 추가 감산을 논의했지만, 러시아의 반대로 합의가 불발됐다. 이에 사우디가 원유 가격 인하와 함께 증산 가능성을 시사하고 나서면서 국제유가를 30달러선까지 끌어내렸다.

국제유가 하락은 해외건설 수주 침체로 연결된다. 오일머니로 세워진 산유국의 경우, 유가 하락으로 재정 수입이 줄어들면 발주 물량을 줄일 수밖에 없다. 두바이유와 국내 건설기업 해외 수주액의 상관성은 ‘상관계수 0.931’로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하던 2010∼2014년에는 건설사들의 전례 없는 해외수주 행렬이 이어졌다. 2010년 700억달러를 돌파한 해외수주액은 2011∼2014년 연평균 600억달러를 넘어섰다.

그러나 사우디와 러시아의 석유 가격전쟁이 시작된 2015∼2016년에 접어들면서 해외건설 시장에도 침체기가 시작됐다. 2015년에는 461억달러로 해외수주액이 내려앉았고, 2016년에는 282억달러까지 하락했다. 해외건설 수주액이 300억달러를 넘어서지 못한 것은 2006년 이후 처음이다.

건설사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자재 수급과 인력 이동이 원활하지 못해 건설공사가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유가 급락은 신규 공사 물량을 축소시킬 것”이라면서 “저유가가 그치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국제유가가 지난 2016년 공포로 다가왔던 배럴당 20달러선까지 하락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국제유가 전망을 배럴당 30달러로 낮췄으며 최저 20달러까지 추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각에서는 2016년과 현재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에, 해외건설 수주가 과거처럼 크게 타격을 입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과거보다 중동 시장 의존도가 많이 낮아졌고, 중동 산유국의 석유 생산 코스트도 떨어져 재정적인 여력도 과거에 비해 높아졌다”면서 “각국의 산업 및 경제 성장 계획과 목표를 고려할 때, 프로젝트를 마냥 지연시킬 수 없기 때문에 향후 유가 하락에도 발주는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홍샛별기자 byul0104@

〈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2020.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