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재개발사업장서 일자리 놓고 석 달째 대치 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국가적인 위기 상황으로 번지고 있는 와중에 양대 노총이 또 충돌했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전 국민이 힘을 모으고 있는 가운데서 벌어진 ‘밥그릇 싸움’이라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11일 경기 성남시 금광1동 재개발사업장에서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조합원 1000여 명이 대치하며 맞불 집회를 가졌다.

지난 9일부터 계속된 양측의 집회 과정에서 일부 조합원이 부상하거나 경찰에 연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터파기 등 기초작업이 진행 중인 금광1재개발사업장을 둘러싼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갈등은 올해 초부터 석 달째 이어지고 있다.

재개발사업 과정에서 골조공사를 하는 협력사가 민주노총 조합원 120명과 계약하자 한국노총이 공정한 근로 기회 보장을 주장하면서 충돌이 촉발됐다.

양측은 고용문제를 두고 다투던 지난 1월 29일부터 사업현장에서 수백명 규모의 집회를 각각 벌이다가 코로나19 확산과 소음·교통체증 등 여러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지난달 22일 모든 집회를 중단하고, 일자리 문제를 협의하기로 했다.

그러나 한국노총 조합원들이 첫 출근한 지난 9일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출근을 저지하는 등 크게 반발하면서 양측이 보름 여 만에 또다시 부딪히게 된 것이다.

사정이 더욱 심각한 것은 양대 노총의 갈등이 쉽사리 봉합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노총은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현장 인력을 6대 4의 비율로 배치하기로 합의했지만, 민주노총이 합의를 깨고, 한국노총 소속 근로자의 현장 출입을 막았다며 현재로선 대화 창구가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노총은 당시에는 합의한 비율대로 현장에 들어가는 것으로 했는데, 휴전이었을 뿐이었다며 노조원 수 등을 고려할 때 애초부터 민주노총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이었다며 맞서고 있다.

언제가는 다시 불거질 수밖에 없는 시한폭탄이었다는 것을 미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양대 노총의 갈등과 충돌이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금광1동 재개발사업의 시공사의 속도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시공사는 양대 노총 문제에 직접 나설 방안이 없는 만큼 사태가 원만히 해결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양대 노총이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는 것은 코로나19 확산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서울시 등 지자체들이 집회를 제한하고 있는 가운데 양대 노총이 코로나19 극복에 동참하기는커녕 현장에서 한치의 양보없이 자기 주장을 펼치며 대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양대 노총의 충돌은 성남시의 집회 금지 고시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성남시는 코로나19가 확산하고 있어서 감염이 우려되는 만큼 양 측에 12일 0시부터 집회를 금지한다는 고시를 했다며 집회가 계속될지는 추후 상황을 지켜봐야 알 것 같다고 밝혔다.

수원에서도 일자리를 둘러싼 노조의 갈등이 20일 넘게 진행 중이다.

한국노총은 지난달 18일부터 23일째 수원시 권선구 곡반정동 아파트 건설현장 앞에서 조합원 60명을 고용해달라며 집회를 열고 있다.

현재 한국노총은 이곳에 천막을 치고, 타워크레인 1기를 점거해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출근을 막는 등 물리력을 행사하지는 않고 있다.

수원시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지난달 24일 집회를 자제해달라고 한국노총에 공문을 보냈으며, 한국노총은 집회 첫 주 200명 규모이던 참석인원을 20여명 규모로 줄인 상태다.

박경남기자 knp@

〈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2020.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