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지 헐값에 사들이고, 공사비 대신 떠넘기고… 
 공시가격 이하로 매입… 올해만 현물지급 16건 
 
　토지공사가 건설사의 유동성 위기를 땅장사에 이용하고 있다는 비난에 휩싸였다.

　건설사 유동성 지원이라는 명목으로 건설사 토지를 사들이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팔리지 않는 택지를 건설사에 공사비 대신 떠넘기고 있다는 것이다. 건설사 토지 매입도 헐값에 이뤄지고 있어 지원 효과가 의문시된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한국토지공사는 지난 3일 제4차 주택건설사업자 보유토지 매입을 공고하고 7일부터 매각신청 접수를 시작한다.토공은 이번 매입에 대해 “기업 여건이 호전되고 부동산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매각신청이 감소하고 있다”면서도 “건설업계는 미분양주택 적체와 여전히 유동성 문제가 남아 있어 지속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4차 매입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 여건에도 불구하고 건설사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고 생색을 낸 셈이다.　그러나 건설업계는 이에 대해 의견을 달리한다. 토지 매각을 신청하지 않는 이유가 지나치게 낮은 가격에 있다는 것이다.　토공의 토지 매입은 역경매방식으로 낮은 금액을 써낸 신청자부터 대상으로 결정된다. 또 공동주택용지는 사업시행자 공급가격, 이외의 토지는 2009년 개별공시지가를 기준금액으로 하는데 매입가격이 기준금액의 90%를 넘어서면 안 된다. 매매대금은 전액 부채상환용 토지개발채권으로 지급되고 원금은 5년 후 일시 상환, 전액을 금융기관에 직접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용되고 있다. 　건설사 관계자는 “경기 호전 때문이 아니라 땅을 헐값에 팔아야 하고 직접 받는 돈이 한 푼도 없어서 매각을 결정하기 쉽지 않다”며 “토공이 건설업체들의 어려움을 악용해 땅을 싸게 사들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토공의 토지매입을 통한 건설사 지원이라는 명분은 최근 확대 적용하고 있는 대행개발방식과도 앞뒤가 안 맞는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대행개발이란 공사비 일부를 토공이 조성한 용지로 지급하는 방식인데, 건설사 지원을 위해 토지를 매입한다면서 한편에서는 안 팔리는 토지를 공사비 대신 현물로 지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토공은 올 들어서만 혁신도시나 행정도시에서 최소 16건의 건설공사를 대행개발방식으로 공고했고 최근에는 택지조성사업 이외에 도로건설공사에도 대행개발을 적용하고 있다. 주공도 최근 이 같은 대행개발방식을 시작했다.　공사비 대신 현물로 택지를 받으면 건설사가 자기 돈으로 우선 공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유동성이 좋지 않은 건설사로서는 엄두를 낼 수 없다. 받은 용지는 향후 분양사업을 벌여야 하는데 미분양 리스크를 감수하기도 쉽지 않다.　이에 따라 대행개발 입찰은 참여업체가 2개가 안 돼 유찰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분양된 토지를 건설사에 떠넘기는 행위”라며 “일부 건설사가 하도급업체에 공사비 대신 미분양아파트를 지급하는 행위와 다를 바 없다”고 비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공사 조기집행을 통해 경기부양을 지원하고 있고 공기업도 이에 호응하고 있다고 하지만 대행개발은 조기집행이나 경기부양과도 거리가 멀다”며 “유찰이 지속되면서 사업 차질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div align=right> - 건설경제신문(2009.09.07) -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