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집행 급급하다 줄줄이 타당성 재조사… 수주계획 조정등 혼란 
 
　국토부 산하 발주기관들이 올해 예정된 대형공사 발주를 잇따라 내년 이후로 늦추거나 지연시키면서 건설업체들이 수주계획에 혼선을 주고 있다. 대형공사 발주가 줄줄이 지연되는 것은 발주기관들이 조기집행에만 급급해 수요예측이 제대로 안 된 공사들을 대거 발주계획에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정부의 장밋빛 전망만 믿고 올 공사수주에 큰 기대를 걸었던 건설업체들이 서둘러 수주계획을 조정하는 등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2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한국철도시설공단과 수자원공사, 지방국토관리청 등은 올해 예정된 대형공사 발주를 내년 이후로 늦추거나 발주자체를 아예 백지화하는 방안을 잇따라 추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내년으로 발주가 미뤄지거나 지연되는 공사 규모는 수조원에 달해 건설업체들로선 하반기 내내 공사기근에 시달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철도시설공단의 경우 2400억원 규모의 울산차량기지 건설공사를 지난 상반기 발주할 예정이었으나 지자체와의 사업비부담 협의가 안 돼 자칫 공사발주가 백지화될 위기에 처했다.　수자원공사도 총공사비 1조3000억원 규모의 경남부산권 광역상수도 건설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가 지연되면서 올 발주를 사실상 포기한 상태다.　현재 KDI(한국개발연구원)에서 예비타당성조사를 한창 진행 중이나 타당성이 있다고 나와도 타당성조사에 다시 4개월 이상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또 올 수공 발주공사 중 단일공사로는 최대 규모인 남강댐재개발사업(4000억원)도 예비타당성조사를 진행 중이어서 공사발주가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며 3000억원 규모의 울산용수공급사업도 예비타당성조사로 연내 발주가 불투명한 상태다.

　 타당성 재조사로 공사발주가 상당기간 지연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국토부는 감사원의 요청에 따라 고현~이동을 비롯한 10여건의 국도건설공사를 기획재정부에 타당성 재조사를 의뢰해 놓고 있는데 이 중 상당수 물량이 설계를 완료해놓고도 공사발주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일부공사의 경우 이미 낙찰예정자가 선정됐음에도 공사규모를 조정하는 쪽으로 타당성 재조사가 나올 것이란 소문도 있어 애꿎은 건설업체들만 피해를 보게 생겼다.　지방국토관리청이 하반기 집행예정인 공사 중 최대 규모인 턴키방식의 화양~적금 도로공사도 올 발주가 어려워 그동안 수주를 준비해온 건설업체들의 계획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이 공사는 공사비만 5000억원에 달해 대형업체 대부분이 공사수주에 관심을 갖고 있으나 타당성 재조사로 내년으로 발주가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이 공사가 광역경제권 선도사업이어서 예비타당성조사를 거치지 않아 연초부터 타당성 재조사 문제가 불거졌음에도 국토부와 익산지방국토청이 최근에 와서야 타당성재조사를 추진, 업계의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의 성남~장호원 6공구(1335억원)도 올 초 발주할 예정이었으나 수요예측이 제대로 안 돼 타당성 재조사를 진행하면서 올 공사발주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건설업계는 정부와 발주기관들이 연초부터 조기발주경쟁을 벌이다 보니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발주기관들의 집행계획만 믿고 수주계획을 펼쳐 온 건설업체들이 최근 들어 발주계획을 부랴부랴 수정하는 등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div align=right> - 건설경제신문(09.08.25) -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