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경로 우려, 공사 중지시켜야”

대다수 일용직, 수시로 외지 왕래

‘코로나19’ 공포 속 작업 최소화

발주기관 지시 없이는 중단 못해

현장 곳곳 “중지 명령을” 아우성

국토부는 “확진자 나와야 가능”

 



하루 300명 가까이 건설일용직 근로자가 유입되는 대구지역의 한 건설현장. 현장 관리직들이 오전 6시 반부터 현장 출입구를 지키며 열 감지 카메라 등을 통해 인력을 통제하고 있지만, 불안감이 클 수밖에 없다. 발주처에서는 매일 출역 인원을 체크하라고 닦달하지만, 보건ㆍ의료 전문가가 아닌 현장 공무팀 직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이 있는 근로자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더 큰 문제는 건설현장에 유입되는 근로자들의 주거지가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다는 점이다. 자칫 건설현장이 코로나19 감염경로가 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25일 기준 대구ㆍ경북 지역 소재 공공건설현장은 1975개에 달한다. 대구(411개)에 이어 포항(253개), 경주(129개), 구미(111개), 안동(107개), 경주(100개) 순이다. 민간 건설현장까지 합하면 2배 이상 늘어난다.

한 대형현장은 하루 출역 인원이 무려 800여명에 달한다. 현장을 이동하는 기능인력이 많아 코로나19 감염 위험자를 색출하기가 불가능하고, 이들 중 다수가 대구ㆍ경북 지역과 외지를 수시로 왕래하고 있다. 자칫 건설현장을 매개로 방역이 뚫릴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대구ㆍ경북 지역에서 현장을 가동 중인 건설사들의 공포는 이미 극에 달했다.

경북에서 현장을 가동 중인 A사 현장소장은 “발주처에서 매일 출역 근로자의 코로나19 감염 위험성을 파악하라고 닦달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불특정 다수 근로자가 현장을 왕래하다 보니 감염 위험성이 너무 높아 자체적으로 작업 최소화 결정을 내린 상태”라고 전했다. A사는 하루 출역 인원을 30% 이하로 줄였다. 감염 위험을 줄이고자 최소한의 작업만 하는 상태다.

역시 경북에 현장을 둔 B사 역시 주말에 위기경보가 ‘심각’ 수준으로 격상된 이후 자체적으로 작업 최소화 결정을 내렸다.

발주처나 건축주가 ‘공사 중지’를 결정하지 않는 이상 시공사가 자체적으로 작업 중단을 결정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사실상 ‘중단’에 해당하는 ‘작업 최소화’를 택한 것이다.

상황이 악화일로이지만, 대구ㆍ경북 지역 발주처 중 작업 중지 명령을 내린 곳은 단 한 곳에 불과하다.

B사 관계자는 “주말부터 발주처가 경영진 회의를 통해 작업 중지까지 검토했지만 준공을 앞두고 있고, 원가 손실을 우려해 건설사들에 출력 인원 체크와 통보만 강화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발주처도 중지는 하고 싶지만 관공사 성격상 정부 의지가 가장 중요해 눈치만 보는 것 같다”고 전했다.

지난주 대구ㆍ경북 지역 발주처에는 국토교통부의 현장 관리 가이드라인이 내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 ‘확진자’가 나올 때에만 ‘공사 중지’가 가능하다는 내용이다. 예방적 성격의 대응 가이드라인이 아니어서 현장에서는 실망감이 컸다.

C사 관계자는 “사태의 심각성을 감안해 대구ㆍ경북 지역만이라도 2주 정도 짧게 공사 중지 명령을 하면 감염 확대를 막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은데 발주처가 미동도 없다”며 “확진자가 나오면 그때 보자는 식”이라고 토로했다.

이런 가운데 25일 충북 음성군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환자는 경기도 이천 건설현장에서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미 건설현장의 ‘감염통로’ 가능성이 입증된 셈인데도 국토부를 위시한 중앙정부의 가이드라인은 여전히 바뀌지 않았다.

대구ㆍ경북 지역에서 현장을 가동 중인 건설사들은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세부 가이드라인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A사 관계자는 “당장 공사 중지 명령을 내려달라”면서 “기재부가 지난 12일 내린 공공계약 업무처리 지침으로는 빈틈이 너무 많아 발주처는 물론이고 건설사들도 자체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구 지역의 한 전문건설사 대표는 “지침을 정확하게 해야 하도급사들도 피해 없이 현장을 수습할 수 있다”며 “역대 최대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논하기 이전에 당장 현장에서 추가 감염 확대를 막을 수 있는 대책부터 마련하라”고 지적했다.

 

최지희기자 jh606@

〈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2020.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