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테마기획 - 다른 건설, 다른 신문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힘은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이다”(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딥체인지(Deep Changeㆍ근본적 변화)하라. 그렇지 않으면 기업은 성장할 수도, 생존할 수도 없다.”(최태원 SK그룹 회장)

다 바꾸라고 한다. 세상 변화에 발맞추지 못하면 기업도 돌연사(sudden death)한다는 경고다. 그래서일까. 주력 업종을 벗어나 새로운 영역으로 진출하거나 투자하려는 건설회사가 부쩍 늘었다. 하지만 ‘건설 밖’에 대한 탐구만큼이나 ‘건설 안’을 바꾸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글로벌 1위 장난감 기업 레고(LEGO)의 최고경영자(CEO)는 오히려 ‘혁신 강박증’이 회사를 망친다고 경고한다. ‘혁신 과잉’보다는 기업의 본질(레고 블럭)에 충실한 ‘상자 안 혁신’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모든 기업에 잘 맞는 열쇠는 없다.

<건설경제>는 창간 56주년 특별기획 테마로 ‘다른 건설, 다른 신문’을 선정했다. 혁신 강박증에서 벗어나 ‘다른 시각, 다른 방식’으로 건설산업의 본질을 찾아보자는 취지다.

먼저, 건설의 가치를 다른 시선으로 재조명했다. 바로 대한민국 건설산업의 빅히트 상품 ‘아파트’다. ‘성냥갑 아파트’라고 폄하하기엔 한국 아파트는 빛의 속도로 진화를 거듭했다. 그 중심에 재건축(재개발)이 있다. 재건축 아파트는 그 시대 최고의 건축 기술과 라이프 스타일을 품격 있게 담아낸다. 커뮤니티센터, 스카이 브리지, 호텔급 서비스 등 국민 60%가 사는 대표 주거공간인 아파트 문화를 이끈 구름판이다. 공간이 바뀌면 삶도 변한다.

건설산업은 대한민국의 미래, 아이들의 배움터인 ‘학교’를 다른 방식으로 바꾸고 있다. 네모난 학교건물을 거부한 한 건축가의 도전은 ‘삼각학교’를 탄생시켰다. 이 삼각학교는 전국 곳곳에 ‘꿈을 담은 교실(꿈담교실)’이란 거대한 혁신의 파도를 만들어냈다. 학생들과 건축가가 함께 만드는 꿈담교실에선 계단도, 도서관도 아이들 놀이터다.

건설시장의 돈줄, 전주(錢主)도 달라졌다. 부동산 개발금융(PF) 1세대를 거쳐 2세대가 탄생한 것. 세대 교체를 거친 증권사 PF맨 10명 중 3명은 건설업계 출신으로, 투자전략과 상품개발의 일대 변혁을 주도하고 있다.

조직문화의 변화도 주목하자. 콘크리트처럼 단단하던 수직적 직급체계와 연공서열식 승진 시스템에 금이 가고 있다. 사원∼부장의 계급장이 단순해지고 청바지에 티셔츠 입은 건설인들이 흔해졌다. 문화는 느낄 수는 있지만 보이지 않는 ‘바람’ 같다. 구글(Google)의 최고 혁신전도사는 기업 특유의 ‘문화 리추얼(ritualsㆍ의식 절차)’이 바람처럼 기업을 성장시키는 풍차가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는 <트렌드코리아 2020>에서 “역사상 가장 공정을 추구하는 세대가 일어서고 있다”며 ‘페어 플레이어(Goodness and Fairness)’를 뉴트렌드로 지목했다. 드론 데이터 플랫폼 스타트업(신생벤처기업) ‘엔젤스윙’은 바른 기업, 착한 기업으로 출발해 ‘콘테크(Con-Tech)’기업으로 성장 중이다. 박원녕 엔젤스윙 대표는 “기부도 기술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갑(甲)질’, ‘철밥통’의 상징인 지방공기업도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다. 안산도시공사는 민간기업보다 더 혁신적이고 파격적인 ‘공공 디벨로퍼’라는 실험에 나섰다.

<건설경제>도 ‘다른 건설’과 보조를 맞춰 ‘다른 신문’의 길로 나선다. 전문성에 기반하되 최대한 읽기 쉽고 보기 편한 신문을 위해 과감한 편집 혁신에 도전한다.

‘다른 건설, 다른 신문’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생존법인 ‘파괴적 혁신’으로 가기 위해 독자들에게 던지는 물음이자, 답이다.

[창간TF] 김태형·김희용·임성엽·이하은 기자 kth@

〈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2020.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