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nter> - 수억원 설계비용 고스란히 날려… 공정률 비례한 보상 규정 마련 시급 - </center>
#1

A시의 문화예술회관 턴키공사(481억원)가 입찰 후 설계심의 직전에 취소됐다. 입찰에서 경합한 B사와 C사는 기본설계서 작성에 투입한 10억원을 각각 날렸다. A시에 기본설계비 보상을 요구했지만 돌아온 것은 지급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답변뿐이었다.

#2

D지방해양청이 발주한 준설토투기장 턴키공사(1529억원)가 사전참가자격심사(PQ) 후 백지화되면서 입찰참여사 중 기본설계에 미리 착수한 E사는 설계비 손실을 떠안게 됐다. 그러나 향후 예산이 확보되면 재공고할 테니 기다리는 말뿐, 보상받을 길은 막막했다. 


경기부양을 위한 무리한 사업추진이 늘어나면서 건설사의 턴키입찰 취소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구제방법은 조달청의 예규에 한정되고 그마저 실시설계적격자 선정을 통보받은 후 취소되는 경우에만 보상하는데 그치고 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발주기관의 예산확보 차질, 기관장 교체, 감사 등의 사유로 인한 공사입찰 취소사례가 나오는 반면 이에 대한 보호장치는 사실상 없는 실정이다.
최근 감사원의 타당성재조사 권고로 취소된 부산지방국토관리청 등의 국도공사처럼 설계비 선투입이 없는 최저가낙찰공사면 문제가 적다.
반면 공사비의 3~4%인 설계비를 입찰 이전에 투입하는 턴키입찰은 사정이 다르다.
현행 국가계약법령과 회계예규에는 턴키 낙찰자 결정에서 최종 탈락한 차순위업체들에 한해 예산범위 내에서 소정의 설계보상비를 지급하게 돼있다.
조달청이 ‘턴키공사 입찰특별유의서’를 통해 입찰 취소 보상근거를 규정하고 있지만 예산사정, 사업계획상 불가피한 발주기관의 사유를 충족해야 하고 보상대상도 실시설계적격자 선정 통보를 받은 업체로 제한하고 있다. 건설업계는 턴키입찰 취소사태에 직면하면 설계공정률에 비례하는 설계비용을 날리는 반면 이를 보상받을 방법은 사실상 없는 셈이다.
연간 공사물량이 많은 발주기관이라면 다른 유사공사 낙찰을 밀어주는 암묵적 보상도 기대할 수 있다. 일례로 F기관이 턴키로 발주한 G산업단지 입찰 취소 때 피해를 입은 H사가 다른 산단 수주를 보장받는 등 건설업계에서는 통상적 방식으로 통하지만 밀어주기 입찰은 결국 다른 건설사의 피해, 예산낭비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열악한 재정 탓에 공사물량이 적은 지자체 발주공사는 이런 편법적 보상마저 어렵지만 소송을 선택하면 해당 지자체 관할지 안에서 주택사업이 어려워진다. 
지방자치단체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민선지자체장 교체, 사업비 부족 등으로 입찰을 취소한 A시 관계자는 “입찰취소 피해를 보상할 법적 근거가 없는 상태에서 보상하면 예산낭비 문책, 감사대상이 될 수 있다”며 “결국 7월 재입찰공고 때 해당업체가 다른 업체와 공정한 조건 아래 재응찰하는 길 외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런 제도적 허점을 개선하려면 턴키공사 입찰취소 때 보상범위를 상위 국계법령에 명시하고 보상대상도 설계비 투입 공정률에 비례해 지급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입찰이 끝난 후속일정 진행시점에서 취소되면 설계비 전액을, PQ 후 입찰 이전에 취소되면 투입된 설계공정분의 보상을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건설단체의 한 관계자는 “건설사별로 피해사례를 취합 중이며 그 결과를 토대로 기획재정부, 국토해양부, 그리고 국민권익위원회에 제도개선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반면 정부의 제도개선 방향은 낙찰자 선정과정에서 최종 탈락한 업체에 국한될 태세다. 건설산업선진화방안에 포함돼 기획재정부의 국가계약제도 개선작업을 통해 9월 법제화할 턴키보상비 개선방향은 3~5위의 하순위 탈락자 보상비 현실화, 현행 일률적 지급방식의 설계점수 연동 지급 전환뿐이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내년부터 조달청에 의무적으로 대행한 지자체 턴키공사 발주마저 자율화되고 선진화방안에 따라 발주기관의 재량권이 확대되면 무리한 사업추진으로 인한 이런 사례가 급증할 수 있다”며 “보상책을 서둘러 법제화해야 음성적 보상으로 인한 폐해와 업계의 로비, 담합 유인을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div align=right> - 건설경제신문(09.05.15) -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