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nter>- 설계 · 컨설팅부터 운영까지 독식… 국내기업 육성 시급 -</center>
국내 초고층 빌딩과 대형 복합개발사업에서 시공을 제외하고 부가가치가 높은 설계와 컨설팅, 운영·관리 등이 외국계 기업의 독무대가 되고 있다.
경험이 부족한 측면도 있지만 외국 업체의 유명세를 이용하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도 많다. 특히 국내 실정과 맞지 않는 부분도 많은 만큼 전략적으로 국내 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업계는 강조한다.


설계 외국계 기업 싹쓸이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대형 건축물 설계는 외국계 기업이 싹쓸이하고 있다.
미국계 솜(SOM)사는 상암DMC랜드마크빌딩과 부산롯데월드 설계를 맡았으며 151층 인천타워는 미국 JP&A가 설계했다.
또 65층 동북아트레이드타워와 대규모 회의장인 컨벤시아, 복합상가인 커낼워크 등 인천 송도국제도시 프로젝트는 미국의 KPF사가 설계를 도맡다시피하고 있다.
광교신도시 파워센터는 네덜란드의 위니마스가 설계를 담당했다.
특히 최근 신축을 추진 중인 여의도 전경련회관의 경우 공모를 통해 국내 모 업체가 선정됐으나 돌연 이를 취소하고 외국계 업체 3곳을 대상으로 새로 지명경쟁에 나서 국내 업계의 반발을 샀다.
국내 건축사업계는 이 같은 외국계 설계사들의 국내 진출을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미 SOM이나 KPF 같은 유명 설계업체의 고위직에 한국인 건축가들이 많이 포진해있는 데다 국내 건축사들도 해외에서 유학하고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어서 외국 업체에 비해 미학적으로나 기술적으로 밀릴 이유가 없다는 것.
국내 메이저건축사사무소의 고위관계자는 “외국 업체의 초고층 시장 독점은 다분히 사대주의적 편향에 기댄 것”이라며 “국내 업체에 비해 몇 배의 비용을 지불하면서 외국계 업체를 쓰는 것은 이름값을 통해 정부와 소비자, 금융권에 어필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구조계산 등 기술적 측면에서 국내 업체의 경험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최용의 삼우건축사사무소 팀장은 “초고층의 구조와 설비 등에 관한 기술적 사항은 국내 업체들도 이론적으로 충분히 알고 있으나 다만 경험이 부족해 (외국계 업체의 진출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는 기술적 문제는 전문 기업의 컨설팅을 통해 충분히 해결이 가능한 만큼 로열티를 줄이고 국내업체를 육성하기 위해 정부와 민간의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국내업체 육성 전략 필요

설계뿐 아니라 초고층·초대형 복합개발사업의 상품기획과 테넌트 유치, 운영, 관리 등도 외국계 기업의 전유물이 되고 있다.
미국계 다국적 종합부동산 서비스 업체인 쿠시먼&웨이크필드와 일본계 모리빌딩, 지오아카마쓰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은평뉴타운 중심상업지 프로젝트를 비롯해 △상암 DMC랜드마크빌딩 △용산 국제업무지구 △판교 알파돔 △신도림 디큐브시티 △영등포 타임스퀘어 등 주요 복합개발 프로젝트에서 시공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획, 운영, 상환경 설계 등을 담당하고 있다.
외국계 기업이 이 분야에서 이처럼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무엇보다 복합개발사업에 관한 국내 기업의 경험이 일천한 데다 관련 업체들도 영세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국내 건설사들은 외국계 기업에 관련 업무를 맡기면서도 한편으로는 현지화 가능성에 대해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못한다. 이 때문에 복합개발사업 전반에 관한 역량 있는 국내 기업의 출현이 시급하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노영수 메이트플러스 CRA본부장은 “외국계 기업이 노하우를 갖춘 것은 부정할 수 없다”며 “다만 사업 전반에 관한 종합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드문 만큼 전체 사업을 컨트롤하고 외국계 기업과 협업을 주도할 국내 업체 출현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div align=right> - 건설경제신문(09.04.16) -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