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대형 공사 입찰자격 확보한 뒤 수주영업 스톱 
현지 에이전트 통해 따내기도… 리스크 커 주의해야 
 

#사례1

충남의 중소 건설업체인 A사는 지난 2007년 여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도로공사 2건을 1500만 달러(약 200억원)에 수주했다. 현지 에이전트를 통한 하청공사였지만 A사 입장에서는 첫 해외시장 진출의 쾌거였다. 같은 해 9월 착공에 들어간 뒤 이 회사는 더 이상의 현지 수주영업 활동을 포기했다. 그러나 A사는 미미했던 도로공사 실적을 열 배 이상 늘려 최근 충남 지역제한으로 발주된 40억원짜리 입찰에 참가, 당당히 수주할 수 있었다. 아깝게 공사를 놓친 차순위 건설사들은 낯선 낙찰업체 이름을 보고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사례2

역시 충남의 중소 건설업체인 B사는 3년 전까지만 해도 토목·상수도 분야에서 10억원대의 변변찮은 실적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 회사 또한 2007년 사우디아라비아의 한 발주청이 시행한 대형사업에 매진, 결국 하청공사를 따내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해당 분야 시공실적을 100억원 이상 늘렸다. 같은 충남의 C사는 B사의 실적을 탐내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B사를 인수합병했다. C사는 탄탄한 실적을 바탕으로 중대형 지역제한 공사와 공동도급 공사 수주활동에 분주한 모습이다. 이 회사는 더 이상 해외 수주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



국내 건설경기 침체로 인해 해외시장을 ‘노크’하는 중소 건설업체들이 급증하고 있다. 
회사 창립 이래 해외시장에 처음 진출한 건설사들이 작년 한 해에만 150여 곳, 올 들어 3월까지 30여 곳(본지 3월 14일자 참조)에 달할 정도다.
그러나 해외진출 업체들이 모두 신성장동력을 찾아, 혹은 사업기반 다변화 차원에서 해외시장을 찾는 것만은 아닌 듯하다. 일부 건설사들은 국내공사 입찰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위해, 다시 말하면 시공실적이라는 ‘부수입’을 기대하며 시장 진출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주영업 활동에서 시공실적은 최대의 자산이기 때문에 국내 시장에서도 단지 실적 확보를 위해 출혈을 각오한 채 저가수주에 나서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해외공사의 경우 상대적으로 입찰 경쟁률이 낮은 경우가 많고, 현지 에이전트를 통해 하청공사 수의계약을 따내는 사례도 많아 일부 중소 건설사들이 ‘전략적 실적쌓기 수주’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해외공사를 수행한 뒤 계약서와 공사 수행과정의 기성금 입금내역 등 증빙서류를 갖춰 협회에 신고하면 단계별 확인절차를 통해 실적 증명서를 발급해주고 있다”며 “하지만 해외공사에 처음 진출하면 국내에서는 예상하기 힘든 리스크에 부딪치게 마련이어서 실적을 목표로 해외에 진출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당부했다.
시장 저변을 확대하겠다는 치밀한 전략 없이 ‘적당히 해외시장도 타진해보고 실적도 쌓아보겠다’는 생각이라면 차라리 국내공사를 덤핑 수주하거나 실적 있는 업체를 인수하는 게 낫다는 이야기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공공입찰에서 차순위로 탈락한 업체들 일부는 낙찰업체의 실적에 의문을 제기하며 발주기관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는데, 확인해보면 해외공사로 실적을 늘린 사례가 적지 않다”며 “그러나 해외공사를 통해 실적을 쌓겠다는 발상은 자칫 해당기업은 물론 국가 위상에도 손실을 끼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div align=right> - 건설경제신문(09.04.20) -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