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nter>일감 쏟아져도 공사비 깎여 수익 거두기 힘들어</center><center>업체, 인천 · 대구지하철 등 적자 뻔해 입찰 꺼려</center>
국내 5대 건설사 가운데 하나인 A사는 연내 발주가 예상되는 서울지하철9호선 연장구간 건설공사 입찰 참여를 포기하는 쪽으로 내부 협의를 마쳤다.
5개 공구로 나뉘어 발주되는 이 공사는 예산액이 8000억원으로 추정되는데 A사가 그동안의 지하철건설공사 경험을 바탕으로 분석해본 결과 이익이 전혀 남지 않는다는 판단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천이나 대구지하철의 전례처럼 정부의 총사업비 검토를 거치면 공사비가 10% 이상 깎일 가능성이 커 결국 적자를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역시 메이저사인 B사는 현재 입찰에 참여한 대구도시철도 건설공사를 수주할 경우 23억원가량의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이 공사는 입찰 공고 이후 공사비가 19%가량 줄어들면서 업계가 충격을 받기도 했다.
사업참여에 대한 내부심사과정이 엄격한 것으로 유명한 메이저 C사도 대구도시철도 건설공사 입찰 포기를 심각하게 고민했다. 이 같은 수준으로 공사비가 깎일 줄 알았다면 들어가지 않았을 입찰이기 때문이다.
대형 SOC공사의 발주가 속도전으로 진행되면서 물량확보에 총력을 기울였던 건설사들이 고민에 빠졌다. 물량은 많지만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는 데다 적자가 불가피한 공사들도 많기 때문이다.
B사 관계자는 “현재 인천과 대구지하철 입찰에 참여하고 있는데 공사를 수주하면 각각 20여억원의 적자가 나는 것으로 분석됐다”며 “대형공사가 쏟아지고 있지만 공사비 삭감 수준이 너무 심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헐값에 공사를 대거 발주하고 있는데 경기부양을 명분으로 건설사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마저 든다”며 “적자공사가 경기를 부양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대구도시철도 입찰 포기를 고려했던 C사는 최근 대구시가 조달청에 공사비 증액을 요청한 것이 받아들여지면서 입찰참여를 유지하기로 했다. 그러나 아직도 찜찜하다는 반응이다.
“공사비가 이 정도로 깎일 줄 알았다면 불참했을 것”이라며 “재조정 폭이 만족할 정도는 아니지만 설계서 작성 등 그동안 진행해온 과정이 있어 참여를 유지하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서울지하철9호선 연장선에 대해서도 벌써부터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서울시는 그동안 지하철 건설공사에서 설계품질보다 가격경쟁을 유도하는 낙찰자결정방법을 선호해 왔다.
D사 관계자는 “서울시가 디자인 서울을 강조하고 있지만 디자인을 강조한다면 설계품질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며 “겉으로 드러난 디자인에만 신경 쓰고 지하시설물은 싸게 짓는 데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 시민들의 불편과 안전문제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공사비가 박해지면서 건설사들의 공사 실행비용 산정기준에도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건설사는 공사비에 예상치 못한 추가비용(컨틴전시 코스트, Contingency Cost)을 반영한다. 건설공사에서는 민원이나 수해, 실시설계 시 변경사항 등 예기치 못한 상황 발생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턴키공사 적격자로 선정된 이후 실시설계 작성 과정에서 기본설계에 없었던 내용을 발주처가 요구하면서 비용이 늘어나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민원이 많고 공사 난이도가 높은 도심지는 8%, 비도심에서는 4% 수준으로 컨틴전시 코스트를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최근 지하철 건설공사 등 도심지공사에 4% 수준으로 컨틴전시 코스트를 낮추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적자공사 속출에 비용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조치지만 건설공사에서는 민원이나 예상치 못한 추가비용이 발생하면 그대로 적자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div align=right> - 건설경제신문(09.03.23) -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