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nter> - 건설사 신용등급 하락땐 만기전 변제 조항…자금난 악화 우려 - </center>

▣ '대주단 가입하면 채무유예'정부 정책과 엇박자

건설사에 대한 대규모 신용등급 하향조정으로 건설업계가 또다시 유동성 위기 찬바람에 떨고 있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가뜩이나 어려운 자금조달이 더욱 어려워지는데다 PF대출을 조기 상환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다만 신용등급 하락에 따른 대출 상환은 대주단 가입 건설사에 대한 채무를 유예해준다는 정부 시책과는 배치되는 것이어서 향후 금융기관들이 채무 조기상환에 나설지 주목된다. 
7일 건설업계와 신용평가기관 등에 따르면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리는 건설업계에 신용등급 하락이라는 악재가 겹치면서 자금난과 유동성 위기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해 건설업계에 닥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기존 PF대출을 조기에 상환해야 하게 되는 것이다. 
회사가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을 때는 신용이 위험하게 되면 상환 기한이 도래하지 않은 채무라도 바로 변제하도록 하는 '기한이익상실'조건, 이른바 트리거 조항이 적용된다. 
트리거 조항은 일정 수준 이하로 신용등급이 떨어졌거나 1단계 또는 2단계 하향했을 경우, 등급을 내린 신용평가사 수를 기준으로 다양한 경우의 수로 작성된다. 
특히 PF대출 가운데 ABCP 발행 때에는 신용평가기간의 평가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대부분 트리거 조항을 적용받는다. 
경기가 좋을 때는 2단계 하향 시 기한이익을 상실하는 조건을 걸기도 하지만 PF대출이 어려워지면서 1단계 하향만으로 조기상환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한 경우가 많다는 게 건설업계의 설명이다. 
특히 일부 건설사의 경우 그동안 신용평가등급이 하향 조정되는 사례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트리거 조항 설정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금융권의 요구대로 등급이 1단계만 내려가도 채무를 조기 상환키로 한 예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금융기관들이 건설사에 조기 상환을 무더기로 요청, 건설사의 자금 사정이 급속도로 악화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더욱 문제가 심각한 것은 투자등급의 마지노선인 회사채 BBB-급 건설사들이다. 
한 단계만 내려가도투기등급으로 평가받기 때문에 BBB-와 BB+는 천양지차다. 
투기등급은 회사채 발행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물론 BBB-등급 이상의 건설사들도 현 상황에서 회사채 발행이 쉽지 않지만 발행이 원천적으로 막히는 것과는 다르다는게 건설업계의 설명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다른 등급과는 달리 BBB+에서 BB-로 떨어지는 것은 심각한 차이로 이는 현실적으로는 물론 이론적으로도 회사채 발행이 봉쇄되는 것"이라며 "향후 금융상황 회복 시에도 재기하기 어려운 상태로 몰리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게다가 한번 투기등급으로 떨어지면 투자등급으로 다시 회복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게 신용평가시장의 현실이다. 
그는 또 "신용평가기관들이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바꾸는 정도라면 몰라도 실제 등급을 하향 조정한다면 건설사한테는 큰 타격이 될 것"이라며 "대주단 자율협약 가입사에 대한 채무유예 조치를 앞두고 건설사 신용등급을 하향해, 기한이 도래하지 않은 채무마저 갚아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살생부가 아닌 상생부를 외치던 정부나 금융권의 건설사 구제시책과도 앞뒤가 안맞는 조치라는 것이다. 특히 BBB-등급은 대주단 가입이 가능한 마지막 등급이어서 조정 전후의 건설사 처리에 대해서도 논란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건설사들은 신용등급평가사에 등급 하향조정을 내년으로 미뤄달라고 요구해왔으나 현재 신평사들은 연내 조정을 강행하고 있다. 

<DIV ALIGN=RIGHT> - 건설경제신문(08.12.08) -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