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2년간 규제혁신 외쳤지만

관계부처는 여전히 ‘규정에 매몰’

 

인사혁신처, 종합평가 결과

국토부·조달청은 ‘보통’ 수준

새만금개발청·행복청은 ‘미흡’

합리적 판단보다 소극행정 만연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난 2년간 ‘적극행정’ 기조가 강조되고 있지만, 건설관련 부처와 산하기관들은 꼼짝도 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부서 간 업무 협조가 되지 않아 간단한 규제 시정도 어렵고, 입찰행정에서는 여전히 합리적인 판단보다는 규정에 따른 ‘불합리’를 선택한다는 지적이다.

5일 감사원에 따르면 현재 국토교통부가 ‘기관 간 업무협조 실태’ 건으로 작년 11월 중순부터 감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감사원은 작년 12월 중순에 국토부 등 관계기관에 대한 실지감사를 마치고 ‘의견수렴’ 단계를 밟고 있다.

감사원이 내세운 감사 목적은 ‘적극행정 활성화를 통한 국가 정책사업의 효율성 제고’다. 바꿔 말하면 이번에 감사를 받는 국토부 등은 ‘적극행정’에 미흡했다는 얘기다.

실제로 인사혁신처가 올해 초 국무회의에서 보고한 44개 중앙행정기관에 대한 ‘2019년 적극행정 종합평가 결과’에서 국토부를 포함한 건설관련 부처들에 대한 평가는 유독 좋지 않았다.

우수, 보통, 미흡의 3단계로 나뉜 기관별 등급 가운데 국토부와 조달청은 ‘보통’을 받았다. 새만금개발청과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미흡’으로 분류됐다. ‘미흡’ 판정을 받은 차관급 기관 4곳(검찰청ㆍ원자력안전위원회) 중 2곳이 국토부 산하 기관이었다.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도 정부 및 공공기관들의 적극행정을 피부로 느낀 적은 없다고 입을 모았다.

한 중견사 임원은 “새만금청 같은 곳은 민자 유치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곳임에도 적극행정 평가에서 ‘미흡’ 판정을 받았다는 것은 기업을 상대할 자세가 돼 있지 않다는 뜻”이라며 “문 정부 들어 ‘소극행정’으로 불만이 쌓인 적은 있어도 적극행정 사례를 접한 적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대형사 주택사업본부 임원은 “도시재생 뉴딜사업만 봐도 정권 초기부터 사업 모델에 문제가 있으니 민간자본이 참여할 수 있도록 규제를 합리적으로 완화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새로운 ‘사업모델’만 만들 뿐 기존 규제 완화는 전혀 없었다”며 “대통령만 열심히 ‘규제 혁신’을 외치는 것 같다. 현장 상황은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적극행정, “거창한 것 바라지 않는다”

건설산업에서 ‘적극행정’이 강조되는 대표적인 분야 가운데 하나로 ‘건설신기술’이 꼽힌다. 이번 정부 들어 신기술 적용에 대한 시각이 크게 관대해졌기 때문이다.

예로 최재형 감사원장은 ‘2019년 감사운영방향’을 발표하는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선례가 없다는 이유로 신기술 도입에 소극적이거나 기존 제도를 고수하는 것은 ‘직무태만’으로 간주해 엄정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당시 감사원장이 직접 ‘건설신기술 사용 독려’를 언급한 것이다.

하지만, 1년이 지난 현재 현장에서는 ‘전혀 차이가 없다’라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한국건설교통신기술협회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들어 적극행정을 주문하고, 국토부도 신기술 적용을 독려하겠다고 말하지만, 지난 2년간 신기술 적용 건수가 늘거나 하는 눈에 보이는 변화는 전혀 없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시중에 나온 신기술들이 제대로 검토조차 받지 못하고 사장된다”라며 “거창하게 ‘적극행정’이랄 것도 없이 담당 공무원들이 약간의 노력만 기울이면 신기술 검색이 가능한데도 업무방식에 변화가 전혀 없다”라고 지적했다.

소극행정을 ‘직무태만’으로 간주하겠다는 청와대와 감사원의 엄중 경고에도 현장의 변화가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회 입법조사처는 5일 발표한 ‘적극행정의 주요 내용과 향후 과제’ 보고서를 통해 현장 공무원들의 문책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히 높다고 지적했다.

적극행정의 법적근거와 판단기준이 미흡하고, 적극행정으로 인정받는 면책 범위와 기준 역시 불명확하기에 나오는 불안감이다.

실제로 작년 감사연구원이 실시한 ‘적극행정 장애요인’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27%가 ‘처벌에 대한 두려움’을 장애요인으로 꼽았다. 이어 ‘개인적 동기 및 유인 부족(24%)’과 ‘책임의식 및 사명감 부족(16%)’, ‘부족한 역량(11%)’이 뒤를 이었다.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 발주 담당자는 “여전히 현장에서는 감사 및 평가가 통제와 적발 중심이고 순환보직을 하다 보니 규정에서 조금만 벗어난 결정을 내려도 후임자에 의해 재평가받을 수 있다는 어려움이 있다”라며 “공공기관이 이 정도인데 지자체 담당자들은 더 어려움이 클 것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발주기관의 관계자 역시 “매년 이뤄지는 인사평가 과정에서 적극행정이 긍정적 평가로 이어지기보다는 같은 부서 선후배에게 부담을 주는 부정적 평가로 이어지기 쉽다”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적극행정이 자리 잡기 위해서는 청와대와 정부의 더욱 ‘적극적인’ 제도 개선과 현장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영원 국회 행정안전팀 팀장은 “현장에서 법 해석과 관련해 금지된 사항이 아닌 것은 가능한 방향으로 판단하는 ‘네거티브 방식’의 법령 해석이 매우 중요하다”라며 “이를 위해서는 법령 해석과 관련된 교육을 확대하는 한편 외부 전문가의 법률 자문을 받을 수 있는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최지희기자 jh606@

〈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2020.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