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 협약까지 맺었지만 눈 앞 일자리 두고 다툼 격화

 



현장 가동 올스톱…건설사 속앓이

지난달 29일부터 경기도 성남시 금광동의 한 재개발 건설현장에서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과 한국노총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건설산업노조)이 채용 문제로 대립하면서 현장 문이 열흘 넘게 열리지 못하고 있다. 성남시는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이 건설현장 일자리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한국노총이 자신들의 조합원도 채용해 달라고 요구하면서 현장 가동이 올스톱된 것이다. 지난해 6월 건설노사정이 건설현장의 노노갈등을 줄여보자며 상생 협약서까지 체결했지만 노조의 알력으로 일자리가 결정되는 채용 구조가 변하지 않으면서 아무런 변화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9일 건설업계와 건설 노동계의 말을 종합하면 성남시 내 건설현장은 민주노총 조합원의 세가 강한 지역이다. 이런 탓에 성남시의 건설현장 일자리는 민주노총에서 주로 독식해 왔다. 이런 가운데 한국노총이 성남시 내에 세력 확대를 추진하면서, 건설 규모가 큰 금강동 재개발 현장이 타깃이 됐다는 설명이다. 지난 7일 건설산업노조원 2000명이 모인 집회에는 최근 당선된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이 직접 참여했다. 상급단체 위원장이 직접 챙길 정도로 성남 현장은 양대 노총 입장에서 양보할 수 없는 지역이 된 셈이다.

건설현장의 노노 갈등 문제가 심각해지는 이유는 현실적으로 건설현장 일자리 배분이 노조의 힘의 크기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당장 눈 앞에 일자리를 양보하기도 어렵고 앞으로 일자리 확보 문제도 걸려 있어 노조들이 사활을 걸고 있다는 것이다.

건설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노노 갈등이 표출되면 외부에서 노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생긴다는 것은 다 알고 있다”면서도 “당장 조합원의 생계가 걸린 문제다 보니 양보가 어렵고, 갈등도 계속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건설현장 노노 갈등을 풀 뚜렷한 해법이 당장 없다는 점이다. 건설경기 침체로 건설 일자리가 줄고 있어 건설현장의 노노 갈등은 오히려 더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

물론 일자리 문제로 건설현장에서 극심한 갈등을 빚었던 타워크레인 노조들이 암묵적으로 채용 비율에 합의하면서 최근에는 갈등이 많이 줄어든 사례도 있다. 하지만 건설기능인력이 주축이 된 건설노조들은 최근 그 숫자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탓에 노동계 내부적으로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전문건설업종인 철근ㆍ콘크리트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임금 및 단체협약을 요구해 온 노조가 11개나 됐다”면서 “노조 전임비 등 부당한 금품을 요구하려고 임단협을 요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건설현장에 불법 외국인 채용이 많은 것도 노노 갈등이 심해지는 요인으로 꼽힌다. 불법 외국인력이 늘어날 수록 내국인 일자리는 줄게 되고 그만큼 노조들 사이에 일자리 확보 싸움도 거세질 수밖에 없다.

건설노조 수도권본부 관계자는 “사업주들이 노조 조합원 대신 임금이 낮은 불법 인력을 쓰려고 하기 때문에 이상한 노조가 난립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사측이 어용 노조를 내세워 값싼 불법 외국인을 채용하고, 정상적인 노조 조합원은 배척하면서 갈등이 심해지는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건설현장의 노노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건설사들은 늘어나는 피해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노조들이 극한 대립을 하는 상황에서 어느 편도 들 수가 없어 고스란히 피해만 떠안고 있는 실정이다.

금광동 재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건설사 관계자는 “양대 노총이 대립하는 상황에서 어느 쪽 편을 들 수가 있겠냐”면서 “노조들이 합의를 하지 못하면 계속 현장은 멈출 수밖에 없고, 결국은 입주민들의 피해로 연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부가 노노 갈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노조들이 채용을 강요하는 일이 일상화되면서 건설현장이 새로 생길 때마다 건설사들이 이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다”면서 “정부가 채용을 빌미로 한 노조들의 공사 방해 행위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해석기자 haeseok@

〈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2020.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