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형사, 임원수 대폭 줄이고 대규모 인원감축 단행 채비  
▣ 중소업체 부도·폐업 속출로 건설취업사이트 구직자 급증   
▣ 업무 재비치·순환 휴직 등 상생의 구조조정 모색 절실

금융위기 속에 건설업계가 대규모 구조조정 파고에 휩싸였다. 
중대형건설사는 주택경기 침체로 누적된 미분양에 발목을 잡혔고 중소건설사는 수주경쟁 과열로 일감 따기가 어려워진 데다 저가낙찰로 수익마저 줄면서 영업정지, 폐업 쪽으로 몰리고 있다. 
27일 국토해양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건설업계가 경기침체와 불확실한 사업전망 속에 올해 말 조직개편 때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할 태세다. 
A사는 최근 임원인사를 통해 130명 남짓한 임원 중 28명을 정리해 임원수 두 자릿수라는 경영진 제시목표를 채웠고 연말평직원 인사를 준비 중이다. 
A사 관계자는 "누적된 미분양과 대내외적 악재 속에 예년과 비교할 수 없는 고강도 구조조정이 있을 것이라는 소문만 무성하다"며 "그나마 우리는 비주택 쪽 포트폴리오가 충실해 임금체불 및 삭감까지 단행한 다른 건설사에 비해 사정이 나은편"이라고 전했다. 
상시임직원 수가 3,000~4,000명인 B사와 C사도 올해 구조조정 목표인원을 500명과 30%로 각각 잡았다. C사 관계자는 "연말 조직개편 때 일반관리직을 줄여 사업·영업부석에 전진배치 하는 식으로 이뤄질 걸로 안다"며 "올해 겨울이 건설사들에게 외환위기 이후 가장 추운 겨울이 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들 대형사의 사정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지방 중소업계, 특히 주택 쪽에 치중한 업체는 자금난 속에 부도위기를 맞거나 이를 피해 폐업 쪽을 택하고 있다. 
10월 부도업체 수(58곳)는 2004년 12월 이후 46개월 만에 최대치이고 11월 27일 기준 자진폐업 건설사도 무려 3,437곳에 달한다. 
매일 11곳의 건설사가 스스로 문을 닫았고 회사에 속한 임직원들은 경력직 채용시장에 뛰어들거나 길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반면 건설업체 수가 1년 9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하고 월간 건설업 부도율마저 3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전방위적 한파 속에 이직마저 여의치 않다. 
건설취업사이트인 건설워커에 구직을 의뢰한 등록자는 작년 하반기 3,291명, 올해 상반기 3,583명으로 늘어난 후 올해 하반기에는 11월 27일 현재 3,878명이 등록해 4,000명 돌파를 앞두고 있다. 
워커 관계자는 "일일 방문자수도 함께 늘었지만 기업별 신규 채용인원은 대폭 줄었다"며 "현장개설 때 급하게 필요한 소수채용 공고는 늘었지만 '공채'로 불릴 만한 대규모 채용이 급감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40위권 대형사 홍보팀 한 관계자도 "회사의 대주단 가입설까지 돌면서 40대, 50대 관리직원들을 중심으로 구직사이트 검색이나 인맥을 활용한 이직에 나서는 경우가 있지만 중견·중소건설사 사정마저 나쁜탓에 이마저 여의치 않아 답답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금융발 위기를 넘기 위한 건설업계 구조조정 태풍의 불가피성은 인정하지만 '인력이 곧 경쟁력'인 건설업 특성상 유연한 대응과 정책시스템적 뒷받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외한위기 당시 대량 해고사태를 겪은 후 불과 수년 만에 해외건설 급성장 속에 인력부족난이 가중된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양적, 일방적 구조조정 보다는 노사 협의 아래 업무 재배치, 임금 동결·삭감 등을 통해 질적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건설산업연구원 심규범 박사는 "순환휴직제난 일본식의 산업단위 정규직원 파견제도를 도입해 건설업체의 기술자 보유부담을 줄이는 등의 대안도 필요하다"며 "부도위기의 중소업체 근로자에 대해서는 고용보험 지원을 통해 해외건설 재교욱 등의 실업대책으로 대응하되 무엇보다 건설부문의 숙련된 인력이 사장되지 않도록 하는 정책적, 시스템적 대응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국토해양부도 대규모 실업난 우려에 대응해 지난 12일 U-city,공간정보산업 등 전문이력 2,700명 육성계획 등을 포함한 '국토해양 일자리 5만개 창출대책'을 내놓았지만 역부족이다. 
건설일자리를 창출하려면 건설사들의 일감을 늘려야 하지만 계획에 포함된 공기업 중심의 건설투자 5조 확대로는 턱없이 모자라기 대문이다. 
주택 등 민간건설 사업의 맥이 끊기면서 이런 공공투자 규모로는 건설사들이 보유한 현 인력유지에도 벅차다는 점에 국토부도 공감할 정도다.
이에 따라 덤핑을 일삼는 부실건설사, 페이퍼컴퍼니의 강력한 퇴출과 수도권 규제완화를 통한 기업투자 회생, SOC예산 확대를 통한 신규사업 확대쪽에 희망을 걸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파이를 늘리는 게 한계가 있다면 이를 적절히 나눌 토대를 만드는 것도 방법이며 이런 차원에서 부실건설사 퇴출은 곧 모든 건설사를 살리는 길"이라며 "내달 청와대 보고로 확정할 선진화대책도 이런 취지에 맞는 건설산업 체질 및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산업체질 개선과 이를 통한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div align=right> - 건설경제신문(08.11.28) -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