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nter> - "면피"…예산절감 정책 후 심화 - </center>

공공 발주기관들의 시설공사 집행기준이 획일화되고 있다. 
조달청이 기준을 바꾸면 이를 그대로 답습해 발주기관별 주관성을 잃어가고 있다. 
21일 관계기관과 건설업계에 따르면 한국도로공사는 최근 88고속도로 담양~성산간 확장공사 14개 공구를 발주하면서 턴키·대안방식인 5개 공구에 대해 시공능력 평가액 순위 10위 이내 대형업체간 공동도급을 제한했다. 
인천항만공사도 지난주 턴키방식인 인천신한 1-1단계 컨테이너터미널 하부공축조공사 2개 공구를 대형업체간 공동도급을 제한해 발주했다. 
조달청이 지난달부터 틴키·대안공사에 대해 대형업체간 공동도급을 제한하자 이를 그대로 따른 것이다. 
최저가낙찰제 공사의 저가심사 기준도 마찬가지다. 
조달청은 지난 4월 초 저가심사 기준을 개정했고 이에 맡춰 한국토지공사와 도로공사가 지난달 말 각각 저가심사 기준을 바꿨다. 
대한주택공사는 이번주 중 저가심사 기준을 개정할 예정이다. 
최저가낙찰제 공사 입찰에서 발주기관 별로 주관성을 갖고 부적정 업체를 가리라는 저가심사제도조차 조달청 기준을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한 발주기관 관계자는 "정부정책의 큰틀은 발주기관별 입찰의 주관성을 확대하는 것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조달청이 기준을 바꾸면 모든 발주기관들이 이를 따르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발주기관들의 이러한 행동은 두고 주변에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비난하지만 문제는 구조적인 데 있다"고 지적했다. 
특정 발주기관이 대형업체간 공동도급을 제한하는 데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이를 적용하지 않고 공사를 발주했다가 입찰 경쟁률이 낮아 낙찰률이 높게 나오면 추후 정부 감사에서 조달청 기준을 따르지 않은 이유를 추궁받게 된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조달청 기준을 따랐다가 문제가 발생하면 조달청 기준으로 따랐다고 하면 그만이지만 주관성을 발휘해 일을 처리했다가 다른 발주기관과 결과가 다르게 나오면 책임을 져야 한다"며 "이러한 분위기에서 누가 책임을 지고 주관성을 발휘하겠느냐"고 반문했다. 
턴키·대안공사의 낙찰자 결정방법을 정하는 데 있어서 발주기관들이 국토해양부가 지난달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의존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지적했다. 
발주기관들은 조달청이 최근 외부전문가들의 참여를 대폭 확대하는 방향으로 바꾼 최저가 낙찰제 공사의 저가심사방법을 놓고도 고민이 많다. 
조달청이 저가심사방법을 바꿨으니 후환을 없애기 위해 따르긴 따라야 하는데 발주기관들이 처한 현실과 크게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다른 발주기관 관계자는 "저기심사 대상에 오른 업체가 제대로 공사를 수행할 수 있을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발주기관의 몫인데 이를 외부전문가들에게 맡기는 꼴"이라며 "조달청이야 입찰만 대행하고 현장관리를 하지 않으니 투명성만 지키면 되지만 현장관리를 해야 하는 발주기관들은 조달청과 입장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정이 이래도 조달청의 기준을 따르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발주기관들의 시설공사 집행기준이 정부의 예산 10% 절감방침이 추진된 이후 더욱 획일화되고 있는 것에 우려를 나타냈다. 
한 업체 관계자는 "발주기관들의 입찰 및 계약능력은 건설산업 발전에 적지 않은 역할을 한다"며 "예산절감이라는 근시안적인 정책으로 인해 발주기관들이 입찰 및 계약능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잃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div align=right> - 일간건설신문(08.07.22) -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