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대 지표 9년만에 1/3로 곤두박질

작년 수주액 감소율 13년來 최고

점유율도 터키 밑으로 하락 유력

그동안 유가·선별수주 영향 탓만

사업발굴·정책개발 능력 등한시

"국제무대서 곪은 상처 드러난 셈"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실적 급락이 확정적인 가운데, 원인이 유가 하락 등 대외 변수에 있는 게 아니라 기술력과 인력, 금융조달 등 우리 건설산업의 경쟁력 저하 때문으로 나타났다.

27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2010년 해외건설 수주액이 715억달러를 기록한 지 9년 만인 2019년 수주액이 220억달러대로 급락할 위기에 처했다.

전년 대비 추정 감소율은 32%. 13년 만에 최저치이며, 최고 감소율이다. 그 사이 한국건설산업 경쟁력은 2016년 6위에서 2018년 12위, ENR에서 한국 건설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이후 3년 만에 6위로 추락했다. 올해 추가 순위 하락은 당연한 수순이다. 터키 밑으로 순위가 하락할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정부와 관계 기관들은 위기의 원인을 유가 하락에 따른 중동 시장 축소에서 찾았다. 혹자는 건설사들의 ‘선별 수주’를 꼽기도 했다.

하지만, <건설경제신문>이 한 걸음 더 들어가 취재한 결과 외부로 드러난 원인은 모두 ‘오답’일 가능성이 컸다. ‘정답’은 한국 건설산업이 더는 경쟁력이 없다는 것이다. 인재가 없어 좋은 프로젝트가 나와도 수주하지 못한다. 사업 발굴 능력이 없어 금융자본을 설득하지 못한다. 투자개발형사업 중심인 해외시장에서 한국 건설이 속절없이 무너진 원인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냉정하게 말해서 한국 건설사가 가져오는 사업에는 투자하고 싶지가 않다”라고 말했다. 정부가 해외건설 정책자금을 확대해도 사업 발굴을 못 해 자금을 사용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복남 서울대 교수는 “우리가 우리를 너무 모른다”라고 단언했다.

이 교수는 “좋은 사업을 수주할 능력이 없어 선진국 건설사들이 버린 자투리 사업 중에서만 고르다 보니 리스크가 너무 높아 주택산업 호황기에 국내 시장에 안주해 버린 것”이라며 “사업 호황기에 글로벌 플레이어를 키우지 못한 탓이 가장 크다”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과 업계는 한국 건설의 곪은 상처가 해외에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국내의 기형적인 업역 칸막이, 능력 없는 발주처의 PM 역할 독식, 저가 발주에 의한 공공사업 참여의지 약화 등에 의해 서서히 망가진 한국 건설의 민낯이 해외에서 여과 없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한 대형사 화공플랜트 담당자는 “PM 역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중동시장이 다시 확대된다고 한들 뒤에서는 손실을 떠안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라며 “냉정하게 말하자면 아파트 건설도 단순 도급이 아니면 리스크 관리를 못 하는 것이 한국 건설의 현재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당분간 해외 수주실적 회복이 어렵다는 것이 정부와 업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동시에 침체기 동안 위기를 극복할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대형건설사 임원들은 “사람을 키워야 한다”라고 해답을 찾았다. 이복남 교수는 “기업에서 엔지니어 리더 그룹을 양성할 수 있도록 정부가 R&D 지원 및 고용 규제 완화를 최우선 정책으로 꼽아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현실에 대한 비관적 인식 속에서도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의 규제 혁신 의지만 받쳐준다면 5년 안에 경쟁력 회복이 가능하다”라고 자신했다. 공은 다시 정부로 돌아갔다.

 

최지희기자 jh606@

〈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2020.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