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규제 일변도’ 설 민심 파악

민주당, 중도층 이탈 조짐에 고심

한국당은 규제완화 공약 열 올려

 

올해 설 명절의 최대 화두는 ‘부동산’이었다. 연말부터 이어진 정부의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에 의해 수도권 중산층 표심 이탈 조짐이 두드러지며 여당은 고민이 깊어진 모습이다. 이에 맞서 자유한국당 등 보수당은 부동산 규제 완화를 공약 전면에 배치하며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28일 명절 연휴가 끝난 직후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등은 연휴 동안 파악한 지역민심을 정리해 대책 마련에 고심하는 모습이다.

이원욱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연휴동안 민심을 파악한 결과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실망감이 상당했다”라며 “특히 중도층에서 부동산 정책으로 인해 현 정부로부터 이반 현상이 심화되는 것 같았다”라고 지적했다.

수도권 지역 여당 의원들은 정부의 강경 일변도 부동산 정책에 지역 민심 이탈이 생각보다 크다고 우려했다.

경기도에 지역구를 둔 한 여당 의원은 “최근 부동산 정책 발표에 여당이 배제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라며 “부동산 규제책이 나온 직후 청와대에서 섣불리 ‘거래 허가제’까지 언급하며 민심을 긁었다. 총선이 70여일 밖에 안 남았는데 지역에서 30대 표층에서도 이탈 조짐이 읽힌다”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총선 공약에 부동산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을 담지 않기로 결정했다. 청와대를 중심으로 정부가 부동산 규제책을 연일 쏟아내는 가운데 여당까지 가세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보다는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지원방안과 3기 신도시 추진 등을 공약 전면에 배치하는 모습이다.

국토교통부가 연휴 막바지인 27일 ‘부동산 특별사법경찰’ 투입 강화 정책을 발표한 것에도 다소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한 여당 관계자는 “굳이 설 연휴에 특사경찰을 투입해 전국 부동산 거래 내용 조사를 강화할 것이란 발표를 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라며 “저런 뉴스 하나로 부동산 정책에 대한 비판이 오갈 기회가 더 제공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 등 범보수 정당은 명절 연휴 직후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폭정’으로 규정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더욱 높이고 있다.

한국당은 현 정부가 쌓아 놓은 규제를 모두 풀어 박근혜 정부 때로 돌아가자는 내용의 공약 홍보에 열을 올리는 모양새다. 이른 바 ‘문재인표 정책 백지화’다. 한국당의 공약은 이미 부동산 투자 관련 최대 인터넷 카페들을 중심으로 지지를 받고 있다.

송석준 한국당 경기도당 위원장은 “연휴 동안 민심을 파악해 보니 집값과 이에 대한 세금 부담을 느끼는 시민들이 많았다”라며 “총선을 통해 정권 심판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부동산 전문가들은 설 연휴를 기점으로 수도권과 지역 광역시를 중심으로 문재인 정부에 대한 민심 이탈이 더욱 가속화 됐을 것으로 진단했다.

정부의 거래 및 자금 조사 강화 등으로 투자가 어려워져 곤란을 겪는 서민ㆍ중산층 표심이 흔들렸을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부동산정보 서비스 직방이 조사한 서울 실거래 아파트 호당 평균 가격은 작년 12월 8억4000여만원이었으나 지난 1∼9일까지 조사에서는 6억4000만원으로 낮아진 상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10억원 이상 신축, 재건축 아파트의 호당 가격이 내려가고 중저가 아파트만 거래되고 있다는 의미인데 시장의 실수요자가 중산층이라는 의미”라고 진단했다.

한 대형건설사 주택사업본부 관계자는 “시장동향 조사를 월별로 진행하고 있는데 시장에서 활동하는 이 대부분이 중산층인데도 규제가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것에 불만이 상당히 높다”라며 “총선이 70일밖에 남지 않은 만큼 정부가 속도조절을 해야 할 것 같은데 아직도 추가 규제 움직임이 나오고 있어 놀라울 뿐”이라고 말했다.

 

최지희기자 jh606@

〈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2020.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