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건설현장은 현장 투입 배제…대체 인력 확보 여의치 않아 고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을 막기 위해 건설현장에서도 예방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31일 서울의 한 아파트 재건축현장에서 보건관리자가 근로자들에게 마스크를 나눠주며 올바른 착용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안윤수기자 ays77@ 

 

이번주부터 중국 춘제(중국의 설) 연휴를 맞아 중국으로 출국했던 외국인 근로자가 국내로 본격적으로 돌아올 것으로 보이면서 건설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많은 인력이 동시에 일하는 건설현장에 혹시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렇다고 건설현장 인력 수급상 이들을 완전히 배제하기도 힘들어 건설현장별로 고민이 깊다.

서울 지역의 한 아파트 재건축 A현장에는 설 연휴 기간에 중국을 다녀온 외국인 근로자 4명이 최근 현장으로 복귀했다. 이 현장에는 이번주 20명 정도가 중국에서 돌아올 것으로 파악됐다.

2일로 중국 춘제 연휴가 끝나면서 건설업계는 중국을 다녀온 근로자들이 이번주부터 국내 현장에 본격적으로 복귀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일단 A현장은 중국을 다녀온 근로자라도 지정병원의 검진을 거쳐 우한 폐렴과 관련된 특별한 증상이 없으면 계속 현장에 투입시킨다는 계획이다. 이곳은 하루에 900명 가까운 건설인력이 투입되는데, 이 중 중국 출신 근로자는 30∼40%에 달한다. 당장 외국인력을 대체하기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A현장 관계자는 “중국을 다녀왔다고 해서 무작정 배제할 생각은 없다”면서 “근로자 면담과 지정병원 검진 등을 통해 일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면 현장에 투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증상이 없이 국내에 들어왔다가 확진 판정을 받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어, 당분간 현장투입을 배제하는 곳도 있다. 

 

     
서울의 한 아파트 재건축현장에서 관계자들이 한국어와 중국어로 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예방 안내 홍보물을 걸고 있다/ 안윤수기자 ays77@ 



서울의 다른 재개발 B현장의 경우 잠복기로 알려진 2주(14일)간 증상이 나타나는지를 지켜본 뒤 증상이 없는 근로자만 현장에 복귀시키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곳은 하루 400명 정도의 건설인력이 투입되는데, 내국인 근로자의 불안감이 이번 방침에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B현장의 안전관리자는 “아무래도 내국인 근로자들이 중국을 다녀온 사람과 같이 일하는 것에 불안해 하는 것 같다”면서 “이곳에서 일하던 사람 중 일부가 최근 중국에서 돌아왔는데, 일단 출근시키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방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도 중국을 다녀온 근로자는 바로 현장에 복귀시키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 현장 관계자는 “중국을 다녀온 근로자는 잠복기가 지난 다음에 병원에서 이상이 없다는 확인서를 받아와야 현장에 투입시키기로 했다”고 전했다.

다만, 개별 건설사 차원에서 관리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현장 투입이 배제된 근로자가 다른 건설현장으로 이동할 수도 있고, 중국을 다녀온 사실을 숨기면 개별 건설현장에서 이를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건설현장에서는 체온측정기나 손세정제, 마스크 등을 비치하는 것 이외에 추가적으로 발병을 예방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면서 “그렇다고 해서 중국 출신 근로자를 완전히 배제하고 일을 진행하기도 어렵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권해석기자 haeseok@

〈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2020.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