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nter> - 발목잡는 규제 되레 늘리고중복처벌 개선은 미적미적 - </center>


"몇몇 직원 잘못으로 모든 영업 금지하는 것은 유례 없어"

정부의 건설업 처벌관련 규제개혁정책이 거꾸로 가고 있다.
중복·이중처벌 규정에 대한 범정부 차원의 규제개혁 작업은 부진한 반면 건설업 활동을 제약하는 규제는 잇따라 신설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건설사 상당수가 이런저런 이유로 행정처분 위기에 몰린 점을 고려할 때 양벌조항을 시급히 개선하지 않으면 해외건설 활황세는 물론 새 정부의 대운하 프로젝트마저 차질을 빋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양벌조항 완화 게걸음

양벌조항 개선작업은 법무부 주도 아래 범정부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법무부는 올해 초 '보건범죄 단속특례법'상 양벌규정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판결에 따라 '법제도 선진화TF팀'을 구성, 410개 법령에 산재한 양벌조항 개선작업을 진행 중이다. 
법무부는 대통령 업무 보고를 통해 직원의 위법행위로 과실이 없는 기업까지 이중처벌하는 것은 과도하며 감독책임이 있는 경우에만 형사책임을 부담하는 방향으로 개선하고 630개 행정법규에 산재한 벌칙규정도 과태료로 전화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10월까지 이를 종합한 '형사벌의 행정벌 전환방안'을 마련해 시행한다는 방침 아래 국토해양부 등 관련 부처에 관련 조항을 파악·개선할 것을 주문했다. 
반면 건설 관련 중복처벌조항 실무검토를 맡은 국토부의 움직임을 미미하다. 
법무부 업무 보고(3월 19일) 후 2개월여가 지났지만 아직 개선 초안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주에 확정한 올해 103개 건설 관련 규제개혁과제에서 중복처벌조항 개선안은 제외됐고, 최근 건설업계가 주최한 간담회에서도 '검토 중'이라는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다. 
당시 간담호에 참석한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국토부·재정부 쪽 담당자들이 왔지만 중복처분 조항의 개편에 대한 명확한 답변이 없었고 서둘러 개정하겠다는 의지도 없어 보였다"고 지적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규제개혁 작업의 일환으로 다각적 검토가 진행 중인 단계"라며 "부처간 협의도 거쳐야 하므로 개선 수위를 현 시점에서 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정부 관계자는 "국토부에서 개선방안이 넘어오면 일단 검토하겠지만 부정당업자 제재 등의 조항은 존속 필요성도 있기 때문에 개선 여부를 재단히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새 정부 들어 모든 개혁조치가 일 단위로 시한이 못박혀 개선되고 있지만 양벌조항 개선의 경우 완료시한이 없는 데다 새 정부 출범 후 담당자의 대거 교체소동까지 겹치면서 차일피일 미뤄지고만 있는 상태다. 


건설기업 처벌조항 속속 늘어 

반면 건설산업 관련 법령의 '비즈니스 프렌들리' 역해 규제조항은 오히려 늘고 있다. 
최근 입법예고된 건설기술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에는 행정소소 중인 건설업체에 대한 우수 건설사 지정 제외 조항이 포함됐다. 
과거 3년간 건설산업기본법 제 82조 1·2항의 부실시공, 허위신고, 하자발생 사유로 영업정지, 과징금 처분을 받을 때는 물론 행정소송을 제기해 처분효력이 정지된 건설사까지 우수 건설사 지정 때 배제하는 것이 골자다. 
건설업 관련 정부의 각종 포상 때 이런저런 혐의로 소송 중인 건설사를 제외하는 행정안전부의 개정 포상지침도 마찬가지다. 
건설업계는 헌법상 무죄 추정 원칙에 위배되는 조항이며, 사안에 따라서는 해당 건설사의 브랜드 인지도나 자존심에 치명타를 줄 수 있는 독소조항이라고 반박한다. 
압계의 한 관계자는 "무죄 추정 원칙에 반하는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며 부정당업자 제재 등 유사한 성격의 규제가 너무 많다"면서 "확정 판결 이전에 긴박한 행정법적 이익 보호가 필요할 경우 예외를 허용하는 무죄 추정의 원칙이 건설관련 법령에서는 철저히 무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건산법 개정안에는 기술자격 대여행위에 간여한 건설사 제재강화 조항도 담길 예정이다. 
현재 자격 대여행위를 한 기술자는 물론 해당 건설사도 자격대여로 건설업 등록기준을 채울 경우 처벌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대여자격 기술자 없이 등록기준을 충족해도 처벌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국토부는 이에 앞서 시·도지사에 위임된 건설업 처분조항 경감권도 감축했다. 
지난해 건산법 시행령을 개정해 뇌물수수 비리 건설사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처벌 가중·감경권(2분의 1 이내)을 폐지한데 이어 올해 초 건설업 관리지침 개정으로 시·도지사의 건설사 처분기준 별도 운영마저 금지한 것이다. 
건설사와 지자체의 결탁을 통한 처분수위 완화를 막겠다는 취지지만 지역사정을 가장 잘 아는 지자체의 합리적 판단과 재량을 무시하는 과다 규제 가능성도 크다는게 업계의 시각이다. 


개선 안되면 해외건설 차질

양벌조항이 조속히 개선되지 않으면 새 정부의 경제 살리기는 물론 대운하 프로젝트도 위협을 받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우려다. 
지난해 감사원의 감사 및 처분 강화조치 이후 지자체들의 감사를 의식한 건설사 처벌 강화 움직임이 두드러지면서 대형건설사 대부분이 영업정지, 과징금, 부정당업자 제재 등의 처분위기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시공능력 10위권 업체 중 6곳이 동남권 유통단지 턴키 로비 혐의로 부정당업자 제재 위기에 몰렸고 다른 4곳도 부실공사, 재건축 비리 혐의 등으로 소송결과에 따라 영업정지 처분을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시공능력 10위권 업체의 한 관계자는 "건설사가 계획적으로 비리, 부실에 개입한 사례도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 사안은 일부 임직원의 잘못된 판단에 따른것이므로 양벌조항을 합리적으로 개편하면 할 수 있는 것들"이라고 지적했다. 
작게는 수십개, 많게는 수백개의 현장을 운영하는 건설사의 특성과 이중삼중 처벌이 난무하는 형행 건설 관련 법체계 특성을 고려할 때 건설사는 규모에 관계 없이 처벌 가능성에 상시 노출돼 있다. 
어느 한 부서나 현장에 속한 몇몇 직원의 잘못으로 건설사의 모든 영업을 금지하는 것은 다른 업종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과다 규제라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영업정지나 부정당업자 제재를 받으면 처분기간에 정부발주 공공공사는 물론 민자사업 참여도 불가능하다. 
해외건설공사의 경우 입찰참여는 기본적으로 가능하지만 외국 경쟁업체의 악의적 비난공세에 시달려야 하기 때문에 초저가 덤핑공세 없이는 수주가 사실상 어렵다. 
새 정부가 민간제안을 통해 추진키로 한 한반도 대운하도 정부고시 민자사업과 달리 제안사업은 가능하다는 해석도 있지만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부정당업자 제재는 정부 고시 민자사업에는 당연히 적용되고 민간제안사업의 적용 여부는 논란이 있다"며 "그러나 국내 발주관행상 제재를 받은 건설사가 국책사업에 대해 민자제안을 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보야한다"고 분석했다. 
20위권 업체의 한 관계자도 "건설사가 처벌위기로 몰리는 것은 형행 입찰제도 등 건설산업제도상 문제에 의한 부분이 많다"면서 "관련제도 개혁은 미뤄둔 채 처벌 중심으로 문제를 해소하려는 정부 방침은 문제가 있고 새 정부의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과도 맞지 않다"며 시급한 개선을 촉구했다. 

<div align=right> - 일간건설신문(08.05.22) - </div>